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은 2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안한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를 전격 수용키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과거 주호영 원내대표가 친윤계와 대통령실 반발에 입장을 바꿨던 전례를 감안,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 제출 후 공식 입장을 천명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입장을 정리하자, 국민의힘은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당내 지도부 검토와 오늘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의 의견에 대한 보고와 동의의 과정을 거쳤다”며 “국민의힘이 제안한 예산안 처리 직후 국정조사 실시에 대해 사전준비 과정을 먼저 거친 다음에 그렇게 진행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전날 김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예산안 처리와 국정조사가 맞물려 함께 추진될 수 없다며 “예산안 처리 이후에는 협의에 응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개인적으로는 갖고 있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선 예산안 처리에 동의해 준다면 당을 설득하겠다는 일종의 중재안이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전향적 입장을 내준 것”이라고 반긴 뒤, 당으로 돌아가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이 연장됨에 따라 김 의장도 애초 이날 정오까지 특위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던 것을 오후 6시까지로 시한을 늦췄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는 동시에 진정성을 위한 조건도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계획서를 반드시 24일 본회의에서 채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일(23일) 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과 간사를 선출하고 계획서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오늘 오후 6시까지 의장이 요청한대로 특위 명단을 제출해서 그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당초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에 긍정적 기류를 보이다가 친윤계와 대통령실 반발에 막혀 입장을 선회한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4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중재안을 수용했다가 이를 뒤집은 전례도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반대로 또 다시 무산될 경우 ‘시간끌기’ 전략에 당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민주당은 고민 끝에 국민의힘에 특위 명단 제출,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조건을 내건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합의를 전제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앞서 사전 준비기간이 물리적으로 필요한 게 사실이라, 자료제출 요구 등 통상 열흘 이상, 전례에 비춰보면 2주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예산안이 처리되면 그런 시간이 불가피하게 소요되고, 그 이후에 본격적인 조사활동을 시작하는 것에 의원들이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를 일단 수용한 만큼 이제 공은 주 원내대표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이날까지 특위 명단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협의에 응하게 되면 명단을 제출할 수 있지만 그런 게 없는 상황에서 명단을 제출할 일은 오늘로서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내일(23일)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역시 23일 특위 회의 전까지는 특위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한 발 양보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서라도 협상의 불씨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서 민주당의 동의가 절실하고, 민주당은 ‘반쪽짜리 국정조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 국민의힘의 동참이 필요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늘과 내일 여야 회동이 잡힌 것은 일단 없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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