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마주 앉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양국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한일 양측은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내용의 언급만 했을 뿐, 구체적 합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 해법을 놓고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일본 언론은 "한일 정상 간, 강제징용 해결방안은 구체적인 논의를 안 했다"라든지, "해결방안이 불투명했다"며 다소 부정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한국과 일본 외교 당국 간부에 따르면 회담에서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정상 간) 의견 교환은 없이 당국 간 조정을 계속한다는 내용에 그쳤다"며 "합의 시기를 제시할 단계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양국이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의 조기 해결을 목표로 협의를 계속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그쳤다"며 "윤 대통령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 간 만남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후 2개월 만이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건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정상 간 회동임에도 불구하고 양국 국기 및 테이블조차 제대로 마련이 안 된 상태였다. 뉴욕에서 회동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약식회담',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양국의 온도차가 컸다.
한일 정상이 2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으면서 양국관계 훈풍이 불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역시 한미일 3국 차원의 공조 대응 필요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과거사 문제를 두고 여전히 한일 간 이견은 크다. 대통령실은 13일 양국 정상회담 후 강제징용 문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표현된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두 정상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상대국인 일본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뉴욕에서 저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는 것으로 재차 의견일치를 봤다"며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내놨다.
양국 관계는 과거사의 진정한 해결 없이는 돌파구가 없다. 무엇보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일본 측의 소극적인 반응이 문제라는 지적이 크다. 일본은 그동안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한국이 해결방안을 마련하라는 일방적 입장을 취해왔다. 이를 미뤄보면 일본 강제징용 피고 기업의 사죄와 피해자를 위한 재원 조성 참여 등 한국이 요구하는 '성의 있는 호응'과 관련해 일본이 태도 변화를 보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에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이견. 이런 것 때문에 일본 내에 특히 우파 여론들이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 의원은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고, 또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오히려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방북을 독려하고, 북한과 적극적인 수교 협상을 벌여서 한반도 상황을 전진적으로 풀어보려고 한 적도 있다"면서 "그런 걸 감안한다면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북핵 위협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북핵 문제의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인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과거사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한일 간 신뢰 회복부터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양국 관계 걸림돌로 작용하는 일본 측의 소극적인 자세도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가 마련된 만큼, 일본 역시 적극적으로 화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임유진 정치부 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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