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두고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광역지자체인 서울시가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강제수사 대상에서도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살펴보면 국가와 지자체에 재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예방하기 위한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와 지자체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이며, 각 기관장은 재난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닌다.
행안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지위에 있다. 재난 우려가 있거나 발생 시에는 구청장이 응급조치 의무와 동원명령, 위험구역 설정, 통행제한 등의 권한을 가지며, 피해정도가 크거나 광범위할 경우 시장이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 역시 서울시장에게 재난 대응 책무를 부여하고, 재난예방조치 의무와 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 대피명령·통행제한·관계기관 전파 등 응급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명시했다.
현재 행안부와 서울시는 특수본 주요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지금까지 2번의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한 압수수색은 없었다. 수사방향이 경찰과 용산구, 용산소방서에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되는 기관을 제외한 ‘꼬리 자르기’를 두고 비판이 나온다.
특수본은 전날 수사관 84명을 투입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등 55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행안부와 서울시는 빠졌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1차 압수수색에서는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 8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역시 행안부와 서울시는 제외됐다. 특수본은 이날 참사 지역 건물인 해밀톤호텔과 대표이사 A씨의 주거지 등 3곳에 수사관 14명을 보내 호텔 운영과 인허가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으나 행안부·서울시는 대상이 아니었다.
특수본 측은 앞서 지난 7일 "그간의 수사상황과 법리를 종합 검토해 압수 대상 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만 밝힌 데 이어, 참사 발생 후 열흘이 지난 9일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추가 압수수색은 향후 수사를 진행한 후 판단할 사안"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오민애 변호사는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점검 및 관리하지 않은 행안부 또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핼러윈 당시 하루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는 참사 대응 미비를 두고 비판이 일자 ‘셀프 조사’할 방침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내부적으로 업무처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없는지, 또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없는지 저희가 검토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대응 단계를 유지하다 보니, 조금 빠른 보고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초기 대응이 늦어 피해를 줄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당일 오후 10시26분 소방으로부터 통보받았지만, 행안부가 재차 재난문자 발송을 지시해 1시간30분이 지난 11시56분에야 첫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는 자치구 발송이 원칙이지만, 상황을 고려해 우선 발송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저희가 지시를 했는데도 아직 재난문자가 발송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재차 재난문자 발송을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론이 일자 양 기관장은 모두 사퇴를 거부하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장관은 사퇴론에 대해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사고 뒷수습,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재발방지책(마련)이 더 급선무”라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 역시 “핼러윈은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용산구와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사퇴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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