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SLBM(잠수함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보름 동안 총 7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틀에 한 번꼴'로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윤석열정부의 군사적 대응도 한미일 연합훈련을 통해 강도 높게 이뤄지면서 남북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심화되고 있지만,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을 멈추게 할 정부의 선제적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을 현장 지휘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지난달 25일부터 보름간 7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미사일 도발의 전 과정을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달 23일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10만3000톤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한국에 온 뒤 북한의 7차례 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한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의 군사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탄도미사일은 저수지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게 되면 이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SLBM)과 다름없다.
이틀 뒤인 28일에도 단거리 미사일 2발이 포착됐다.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직후인 29일에도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1일에도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쐈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는 동해에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이 있던 시기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 차원으로 읽힌다.
특히 4일에는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당시 훈련을 마치고 떠났던 레이건 항공모함은 다시 동해로 돌아와 7~8일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에는 한국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7600톤급), 로널드 레이건함,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6900톤급),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조카이함(7500톤급)이 참가했다. 북한은 6일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2발을 쐈다. 9일 새벽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심야 발사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레이건함이 참가한 해상 연합훈련이 실시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지점을 매번 바꿨다. 발사 시점도 오전 이른 시간과 오후 늦은 시간, 여기에 심야 발사까지 각양각색이다. 언제, 어디서든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잇단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결국 7차 핵실험 수순으로 읽힌다. 앞으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핵전투무력이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 사수의 중대한 의무를 자각하고 최강의 핵대응 태세를 유지하며 더욱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무기 개발 등 핵 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전술핵실험 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라며 "미국 중간선거 이전, 중국 당대회 이후 10여일 정도 지난 10월말, 11월초에 (핵실험)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이 핵무력 강화 법제화를 통해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했고, 그렇다면 미사일과 핵실험은 한 세트이기 때문에 핵실험까지 하는 것이 핵무력 강화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의 7차 핵실험도 그리 먼 훗날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현재까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는 오는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11월8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비슷한 시기에 북한의 핵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이 국제정치, 특히 미국과의 대결에 휘말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대만에 이어 북핵 문제마저 화두로 등장할 경우 중국에게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간선거 전 핵실험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악재다.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11월8일 미국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데, 북한의 핵실험은 바이든정부의 무능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악재"라고 지적했다.
고조되는 남북의 긴장 국면은 당분간 해소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정부도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을 저지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오히려 북한의 반발만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의 대규모 훈련, 비례성 원칙에 의한 정부의 미사일 발사 대응에도 북한은 아랑곳없이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결구도로 중국, 러시아와 북한과의 밀착이 더 견고해지면서 유엔의 실질적 대북 제재도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미일의 동해 합동 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강대강 대치 국면을 벗어날 길이 없다. 양무진 교수는 "남북한 모두 대립과 대결에 방점을 두고 있고, 그런 것을 봤을 때 미국의 중간선거가 실시되는 11월7일까지는 긴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양 교수는 "과거 경험적 사례를 봤을 때 미국의 대선과 중간선거 끝난 이후에 국면을 전환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연말 또는 연초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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