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인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막말 논란 등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 수장인 박 장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향후 유사한 실책들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해임건의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제 해임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번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경우 막말 논란 등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정치적 구속력이 강해,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불통 이미지만 강화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거나, 뭉갤 경우 야당의 반발을 사면서 여야 간의 극한 대치도 예상된다.
민주당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위성곤 원내 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69명 전체 민주당 의원 명의로 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의총을 비공개 전환한 지 불과 6분 만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외교 행보는 연일 사고의 연속”이라며 “무능한 외교의 책임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으면 국격이 땅으로 떨어지고 우방국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7월 나토 순방에는 민간인이 수행단에 포함돼 논란이 일었고, 지난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음에도 윤 대통령 휴가로 면담을 진행하지 못한 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인해 한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상황에 놓였음에도 펠로시 의장과 면담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외교적 악수’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미국 순방에서도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을 안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 16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고, ‘이XX들’ 또한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 민주당을 지칭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 말한 사람이 내가 뭐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하는 게 정상인데, 무슨 말을 했는지도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그런 제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저지할 방법이 없지만 의사결정이 안 되면 상정이 안 되게 돼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장께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해임건의안 표결처리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는 국민의힘 측의 일방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 112조 7항에서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이 발의될 때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 표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해임건의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 직전인 오후 1시46분경 해임건의안을 의안과에 제출했다. 때문에 이날 본회의에서 보고돼, 24시간 이후인 오는 29일 본회의에 자동상정돼 표결에 돌입한다. 자동상정되기 때문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결국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의 수용 거부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국무위원 해임관련 규정은 1952년 헌법에 처음 도입됐는데 이때는 ‘국무위원 불신임결의’였다. 국회가 해임을 의결하면 대통령이 반드시 해당 국무위원을 해임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1987년 개정된 헌법 제63조 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바뀌었다. 국회의 해임 요구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대통령이 수용이 어렵다고 하면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이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수용할 경우 막말 논란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박 장관에 대한 해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은 정치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구속력이 강한 탓이다.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국격 실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해임 요구를 무시할 경우 ‘불통’만 쌓을 요량이 높다. 또, 수용 불가 등으로 인해 여야 간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외교참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박 장관의 책임이 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와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후폭풍에 대해서 민주당이 책임질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경고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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