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석유는 까맣고 끈적끈적한 기름에 불과했다. 하지만 1850년대부터 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매김해 왔다. 석유 채굴 기술의 발전은 산업 생태계와 인류의 문명을 바꿨지만 화석연료의 대체재를 발굴해야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까맣고 끈적끈적한 원유를 처음 마주할 때 인류 발전과 산업계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느끼듯 대전에 위치한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서 새로운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암모니아 연소시험동을 방문했을 때는 하얀 안전헬멧을 쓰고 유동층 연소 시험 설비와 미분탄 연소 시험 설비를 운영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3층 정도 높이의 설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귀를 때렸다. 암모니아 혼소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전 계획대로 진행되면 2050년까지 수소·암모니아가 화석연료로 대체될 수 있다.
혼소란 2종류 이상의 연료를 연소시키는 것을 뜻한다.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화석연료에 수소와 암모니아를 섞어 연소시키는 기술이다.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암모니아도 마찬가지다. 암모니아의 화학식은 NH3으로 질소(N) 하나와 수소(H) 3개로 만들어진다. 탄소(C)가 없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혼소발전에서 수소와 암모니아 비율이 높아질수록 석탄과 LNG를 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혼소 비율이 10%라면 탄소 배출량이 10% 줄어든다.
21일 <뉴스토마토>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암모니아 연소시험동을 방문했을 때는 하얀 안전헬멧을 쓰고 유동층 연소 시험 설비와 미분탄 연소 시험 설비를 운영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모습. (사진=한국전력)
이종민 한전 발전기술연구소 무탄소발전연구실장은 "수소와 암모니아를 발전 부분에서 쓰는 이유는 이산화탄소(CO2) 감축을 위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도 암모니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6%로 늘리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확정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비중을 각각 29%에서 23.9%, 35.6%에서 21.8%로 낮출 계획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와 암모니아 발전을 통해 그 빈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도 2030년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비중은 2.3%로 늘어난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비중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국제적으로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지면 수소 발전과 암모니아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일본, 러시아, 영국 등 여러 나라가 수소정책 로드맵을 수립해 운영 중이다.
이종민 실장은 "2019년 이후 수소정책이나 기술개발 로드맵을 국가별로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가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소기금을 만들고 그 중 11%를 수소 터빈발전 기술 연구개발(R&D)에 배정했다.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2050년 수소 소비를 2000만톤까지 늘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도 단계별 연료 전환과 수소터빈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종민 실장은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정부과제를 활용해서 수소 혼소용 연소기 개발 과제 수행 중이고 한화임팩트는 PSM이라는 미국의 가스터빈 연소기 업체를 작년에 인수하면서 수소 혼소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더해 한국기계연구원이나 대학 등을 중심으로 수소혼소 기술을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암모니아 연료 로드맵을 발표하고 암모니아 혼소 실증, 가스터빈, 선박엔진 등에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 유럽 등도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연료로 활용할 기술 개발·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실장은 “무탄소 발전 기술 개발 및 실증과 확대 적용을 통해 발전분야에서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수소발전은 2035년까지 30% 이상 혼소를 확대하는 게 목표다. 암모니아 발전은 2027년까지 혼소 실증 기획과 20% 혼소 실증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중 ‘수소·암모니아 발전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암모니아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방향을 담을 것"이라며 "종합적인 내용을 검토하다보니 예정보다 시기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암모니아 연소시험동을 방문했을 때는 하얀 안전헬멧을 쓰고 유동층 연소 시험 설비와 미분탄 연소 시험 설비를 운영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진은 대전 전력연구원에 있는 암모니아 연소시험동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대전=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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