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녹색 에너지’로 공식화하면서 원전 논쟁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안전을 고려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가동시점을 2050년으로 정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한을 정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시점도 EU보다 6년 늦은 2031년으로 정했다.
환경부는 원전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K택소노미 개정안을 20일 공개했다. K택소노미에서 원전에 대한 부분은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운전 등 3개로 구성됐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며 분류를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나눴다. 녹색부문은 탄소중립이나 환경개선 같은 진정한 녹색경제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총 64개 경제활동을 포함한다.
전환부문은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LNG(액화천연가스) 및 혼합가스 기반 에너지 생산, 블루수소 제조 등 5개 산업이 포함된다.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 건설와 계속운전은 전환부문에 포함됐다.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은 원전의 안전성 향상과 국가 원자력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핵심 기술을 포함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핵융합과 같은 미래 원자력 기술을 확보하는 내용과 ATF 사용, 방사성폐기물관리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이 반영됐다.
원전 신규건설과 원전 계속운전은 환경피해 방지와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2045년까지 신규건설 허가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설비를 대상으로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 된 세부 계획의 존재,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조건으로 달았다.
다만 이번 초안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있기 때문에 이번 초안에는 구체적인 연도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U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가동시점을 2050년으로 정했다. ATF 사용 시점도 EU는 2050년부터 적용하는데 우리는 2031년이다.
조 과장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친 결과 국내에서는 2031년이 상용화가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라며 "EU도 2025년부터 ATF를 적용하지만 추후 상용화 시점을 고려해 적용 시기를 재검토 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원전은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력원으로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로운 활용이 필요하다"며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 에너지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8.9%포인트 늘리고 신재생 비중은 8.7% 줄이기로 했다.
EU는 지난해 6월 발표한 택소노미에는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전력 수급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자 원전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결국 올해 7월, EU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최종안을 확정했다.
지난해 말 환경부가 발표한 K택소노미에서는 원전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9개월 만에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정권 입맛에 맞춰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조현수 과장은 "작년 발표 당시 EU 등 국제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향후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명시했다. 2023년 본격 시행 이전에 올해 사범시업을 통해 개선점을 발굴하고 보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국회와 시민사회, 전문가, 산업계 등의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중 최종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원전 포함 조건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EU의 그린 택소노미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며 "사실상 국내 원전 건설의 명분 쌓기원 지원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도 "파리협정을 근거로 2030년까지 과감하고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지만 원전은 이 조건을 절대 충족할 수 없다. 원전 건설에는 터무니 없이 긴 시간과 비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과 더불어 원자력에 녹색 투자가 집중될 것이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더욱 정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원전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K택소노미 개정안을 20일 공개했다. 사진은 고리 원자력발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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