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국왕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로 재임해 온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자 세계 각국에서 추모 분위기가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 옛 영국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등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일부 국가에서 여왕을 추모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케냐의 변호사 앨리스 무고는 "나는 애도할 수 없다"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통치하던 영국이 1956년 자신의 할머니를 비롯해 케냐인에게 발행한 '이동 허가서'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한 1952년 케냐에서 '마우마우 독립 투쟁'이 발생했다. 이에 영국군은 케냐인들을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이들을 고문하거나 성폭행했다. 또한 이동의 자유도 박탈했다.
케냐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마우마우 봉기 기간에 9만명이 살해 혹은 고문을 당하거나 불구가 됐고 16만명이 끔찍한 상태의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추산했다.
무고는 "할머니가 영국 군인들에게 구타당하고, 할아버지를 잃고 홀로 자녀들을 키워야 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며,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썼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우마우 봉기는 씁쓸한 기억이지만, 당시 여왕은 어린 여성에 불과했다"라며 "우리가 그 시기에 겪었던 모든 고통에 대해 여왕을 비난할 수는 없다"라는 반응도 있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또 나이지리아 출신의 우주 안야 미국 카네기 멜런대 부교수는 여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도둑질과 강간을 일삼았던 대량 학살 제국의 최고 군주"라며 "그의 고통이 극심하기를 바란다"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는 해당 글을 삭제했으나 안야 교수는 "인종 학살을 뒤에서 조종하고, 우리 가족을 갈라놓은 영국을 통치한 군주에게 경멸을 퍼붓는 것 말고 다른 것을 기대한다면 별을 보며 소원이나 빌어야 할 것"이라고 재차 썼다.
영국은 1967~1970년 나이지리아 정부군에 무기를 제공하며 내전에 개입, 독립을 주장하던 비아프라 반군을 학살하는 데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외신은 영국에 오랜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 역시 엘리자베스 2세 서거 후 '축제분위기'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 주 탈라흐트 경기장에선 여왕의 죽음을 축하하는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아일랜드 네티즌들은 온라인에 ‘HERE WE GO(이제 우리가 간다)’라는 문구와 함께 여왕의 죽음을 축하하는 글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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