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미군도 경악”
베트남전 생존자 "한국 정부, 학살 진실 인정해야"
2022-08-09 15:50:51 2022-08-09 15:59:53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집단으로 민간인 학살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와 목격자가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한베평화재단 등 시민단체 주관으로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건 피해자 응우옌 티탄씨(62)와 사건 당시 남베트남 민병대 소속으로 현장을 목격한 응우옌 득쩌이씨(82)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득쩌이씨는 “1968년 당시 한국 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해 총으로 난사했고, 수류탄을 시체에다 던졌다”라며 “한국군 철수 이후 주민들과 미군, 그리고 의병대원들이 마을에서 시신 수습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재성 변호사는 “당시 이 사건은 미군이 보기에도 이례적이라 미군이 한국군의 의견을 물어본 기록도 있다”라며 “당시 우리 군은 사건 수행 주체가 한국 군복을 입은 베트콩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피해 갔지만, 이후 마을 주민이 베트남 의회에 항의하는 등 문제가 커졌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8살에 불과했던 티탄씨는 “한국 시민 여러분과 언론 매체들이 저 같은 피해자를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 5명을 잃고 본인 역시 배에 총을 맞는 큰 부상을 당했다. 득쩌이씨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우옌씨는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968년 어느 날 한국군 청룡부대가 베트남 중부 꽝남성 폭니·퐁녓 마을을 습격해 주민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한다. 응우옌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 출석해 베트남인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대면 증언한다. 응우옌씨와 득쩌이씨는 오는 1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베트남전 피해를 알리고 한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 국가배상소송 원고 응우옌티탄 법정 진술 기자회견에서 원고 응우옌티탄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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