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4일 오전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지역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재명 마케팅’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활했다. 특히 당대표 후보들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에서는 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의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된다는 반응이다. 최근에는 최고위원 후보가 아닌 김병기 의원도 이 의원 일정에 자주 등장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받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이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간담회 초반, 곁에 앉아 있던 김 의원을 보고 이 의원은 반갑게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김 의원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이 의원을 곁에서 지켰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전당대회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 의원은 지역 당원들과 6번의 만남을 가졌다. 통상 이 의원의 지역 일정에는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함께 한다. 서울 동작구갑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지난달 31일 이 의원의 대구 지역 당원 만남 일정에 불쑥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은 준비된 분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자기 실력을 입증한 분과 같이 가자고 하는데 동의하시냐. 그 분과 함께 가자” 등을 말하며 이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이어진 경북 지역 당원 만남에도 등장하며 하루 종일 이 의원과 일정을 함께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김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후보도 아닌 김 의원이 요즘 이 의원 일정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지명직 최고위원을 염두한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당헌 제26조 최고위원회의 지위와 구성에 따르면 최고위원은 선출직 5명, 당대표가 지명하는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 의원이 당대표에 오를 경우 자신과 뜻을 같이 할 2명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수 있다. 다만 통상 지명직 최고위원이 취약지역과 청선세대를 보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의원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의원 측에서도 김 의원의 동행이 반가운 표정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레드팀 특보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에도 두 사람의 사이가 도드라졌다. 레드팀은 조직 내 전략의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이다. 이 의원 측에서는 김 의원이 레드팀 특보단장으로 활약한 점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지난 31일 대구에서 열린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당원 만남'에 등장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오마이TV캡쳐)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도 지난 예비경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이재명 마케팅’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서영교·정청래·박찬대·장경태 의원이 이 의원의 공식 일정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대선 선대위에서 총괄상황실장을 맡았다며 이력을 강조하고 있고, 박 의원의 경우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정 의원 역시 “이재명 당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장 의원도 이 의원의 일정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는 정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경기지사, 성남시장,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마저 ‘이재명 마케팅’이 실종됐던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이 중에서도 서영교·박찬대·장경태 의원은 거의 매일 이 의원의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이 의원과 당원과의 만남에서는 서 의원과 박 의원이 참석했고, 다음날인 30일에는 박 의원과 장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날 이어진 경북 당원과의 만남에서는 다시 서·박·장 의원이 함께 참석했다. 지난 1일 인천 당원과의 만남에서는 서·박·정 의원이 이 의원과 나란히 등장했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이 의원과 함께 하자, 이 의원의 지지자들도 이들을 홍보하며 자발적으로 투표 독려까지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박 의원의 경우 이 의원이 후원회장까지 맡았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박 의원 측에서도 이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은 후원금 모집 포스터까지 공개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이를 본 이 의원의 지지자들은 ‘후원금이 안찬대, 후원해줘 박찬대’ 등과 같은 문구를 넣어 후원금 모집 포스터를 자체 제작, 공유하기까지 했다.
이재명 의원 측 지지자들이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박찬대 의원의 후원금 모집 포스터를 자체 제작해 홍보하고 있다.
한편,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마케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영인 의원은 전날(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 친명계 4명의 후보가 지지자들과 다니며 계파 세몰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거운동이 아니다”라며 “유력한 당대표 후보가 노골적으로 자신의 세를 통해 지도부를 계파 싹쓸이하려 한다면 당원들과 국민들이 어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날을 세웠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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