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이준석 대표가 첫 손에 꼽혔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사실상 축출됐음에도 국민 24.3%는 이준석 체제 시즌2를 기대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15.7%), 나경원 전 원내대표(13.7%) 순으로 차기 당대표로 지목됐다. 이 대표는 2030의 변함없는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 심장부인 대구·경북(TK)에서도 가장 앞서나갔다. 다만 이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3위로 밀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신임 속내가 확인되자 당심이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29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이준석 대표(24.3%), 안철수 의원(15.7%), 나경원 전 원내대표(13.7%), 김기현 전 원내대표(5.6%), 권영세 통일부 장관(4.1%),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3.4%), 장제원 의원(1.6%), 정진석 국회부의장(1.5%) 순으로 지지를 보냈다. '기타 다른 인물'이라는 응답은 10.2%,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층은 19.8%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톱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조기 전당대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 주고 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토사구팽 당한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으로 뒤바뀌었다. 해당 메시지를 보면 윤 대통령은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고 말했고,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엄지 척'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원칙으로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에 대해서도 무관여 방침을 밝혔지만, 이번 메시지 공개로 이 대표를 향한 불편한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게 됐다.
이에 정국 현안에 말을 아끼던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라고 '윤핵관' 행태를 적은 뒤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윤 대통령을 '양두구육'에 빗대 반격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 부연했다. 앞서 말한 '그 섬'은 여의도를, '이 섬'은 자신이 머무르던 울릉도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을 만나는 등 여론전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조사 결과를 성별로 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이준석 대표가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남녀별로 1~3위를 보면 남성에서는 이준석 28.3% 대 안철수 18.3% 대 나경원 10.2%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지지도가 내려갔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순위도 뒤바뀌었다. 여성 이준석 20.4% 대 나경원 17.3% 대 안철수 13.2%였다.
연령별로도 모든 세대에서 이준석 대표가 1위에 올랐다. 특히 이 대표는 2030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세대별 1~3위를 보면, 20대 이준석 27.1% 대 나경원 14.5% 대 안철수 11.6%, 30대 이준석 29.3% 대 안철수 16.5% 대 나경원 9.2%였다. 40대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팽팽했다. 40대 이준석 19.8% 대 안철수 19.3% 대 나경원 12.5%였다. 50대에서는 이준석 24.1% 대 안철수 15.5% 대 나경원 8.1%로, 이 대표가 다시 치고 나갔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이준석 23.2% 대 나경원 20.0% 대 안철수 15.6%로, 이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1위를 지켰다.
지역별로도 부산·울산·경남(P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준석 대표가 1위를 기록했다.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에서도 이 대표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역별 1~3위를 보면, 서울 이준석 22.2% 대 안철수 20.2% 대 나경원 10.6%, 경기·인천 이준석 26.7% 대 나경원 13.6% 대 안철수 11.3%, 대전·충청·세종 이준석 21.1% 대 안철수 20.1% 대 나경원 16.3%였다. 서울과 중원인 충청권에서는 이 대표와 안 의원이 오차범위 내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이 대표가 서진정책을 펴며 공을 들인 호남에서는 그 효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광주·전라 이준석 32.4% 대 나경원 11.1% 대 안철수 10.3%로 조사됐다. 대구·경북 역시 이준석 26.2% 대 나경원 20.7% 대 안철수 15.5%로, 이 대표의 강세가 이어졌다. 다만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부산 출신인 안철수 의원이 이 대표에 앞섰다. 안철수 21.8% 대 이준석 16.7% 대 나경원 14.0%였다. 강원·제주의 경우 이준석 28.3% 대 나경원 11.3% 대 안철수 8.9%였다.
지난 4월18일 국민의힘 소속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양 당 간 합당을 공식 선언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중도층을 비롯해 보수, 진보를 넘나들며 이준석 대표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정치성향별 1~3위를 보면, 중도층 이준석 24.1% 대 나경원 15.8% 대 안철수 15.2%, 보수층 이준석 24.1% 대 나경원 18.9% 대 안철수 18.0%, 진보층 이준석 24.8% 대 안철수 13.8% 대 나경원 6.4%로 집계됐다.
다만 당심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크게 밀리는 다른 결과가 빚어졌다. 지지 정당별 1~3위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나경원 25.0% 대 안철수 21.5% 대 이준석 19.2%로, 이 대표는 3위로 주저앉았다. 좌충우돌하며 갈등을 양산한 데다, '윤심'마저 돌아섰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둔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이준석 26.1% 대 안철수 12.0% 대 나경원 6.6%로, 이 대표가 다시 1위로 올라서며 외연 확장성을 입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47명이며, 응답률은 4.3%다.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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