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깊어지는 '갈등의 골'…'안전운임제'가 뭐길래
'화물기사 최저임금제' 개념…올해 종료 예정
근로자 과적·과속·과로 막고 생계비 보장
"경유가 2000원 돌파…일몰 폐지돼야"
화주 업계 "물류비 부담 커진다"
2022-06-12 15:00:00 2022-06-12 15:43:5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대립각이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열악한 화물운송의 시장을 호소하는 등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동시에 제도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화주 업계는 안전운임제에 따른 물류비 부담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화물기사 최저임금제'로 화물 운송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송 종사자들이 적은 운임으로 더 많이 싣고, 더 빨리 다녀야 하는 위험에 노출돼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적', '과속'과 이에 따른 '과로'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방지하고,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운임을 높이는 것이 안전운임제의 핵심이다.
 
화물연대는 이 안전운임제의 영구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일부 차종이나 품목별 운송 차량에만 적용되던 것을 모든 차종과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만 도입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분기별로 유가 변동분을 반영해 고시하는 안전운임 이상의 운송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있다. 고시 대비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2일 화물연대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평균 경유가가 2000원을 넘은 상황이다. 경유가가 상승한 만큼 운임이 오르는 것이 명확한 해결책"이라며 "화물 운송 비용은 화주가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화물 노동자의 생계도 제도적으로 보장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화물 운송료를 책정하는 기준이 없어 자본은 최저 입찰을 강요하면서 운반비를 깎고, 운송사는 다시 화물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안전운임제는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표한 시행평가보고서에서도 도로 안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에 대해 화주인 수출입 기업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로 화물 운송요금이 매년 증가하면서 컨테이너 화주인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은 평균 30~40%, 업종에 따라서는 최대 70%까지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물류대란에 따른 해상·항공 운임 급등뿐만 아니라 육상 운임까지 상승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더 커졌다는 개 화주 업계 측의 주장이다.
 
한국화주협의회 관계자는 "화주 입장에서 안전운임제는 부작용이 있다. 연장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다"며 "공교롭게 일몰제가 시행된 직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도 터지면서 물류 업계는 해상, 항공, 육상에 걸친 삼중고를 겪고 있다. 현장에서 제도의 문제점이 있었던 만큼 일단 일몰하도록 하고 새로운 합리적 제도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총파업 닷새째인 전날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10시간 넘는 3차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된 바 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4차 교섭을 열고 대화에 돌입한 상황이다.
 
경제단체 연합체인 경제단체협의회는 이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경제계 공동입장’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위기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하며,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본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확대가 핵심적인 요구안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정리돼 있다. 노정교섭의 쟁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총파업의 쟁점을 호도하고 있다고 입장문을 전했다.
 
경제계의 업무개시명령 주문과 관련해서도 “필요할 때는 화물노동자를 부리면서 사용자로서 책임은 회피해왔던 자본이 이제는 정부가 화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며 “업무개시명령제는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화물노동자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화물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들어질 당시부터 위헌소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조항”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경제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고 하자. 그렇다면 적자가 나서 당분간 문을 닫겠다는 데 정부가 강제로 손해보고 일을 하라는 것인가. 정부도 이러한 모순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에서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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