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노인돌봄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노인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국가 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노인돌봄서비스가 민간중심으로 기울어지면서,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노동자 처우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차지하는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권고에는 요양보호사의 공적 성격과 책임을 고려한 합리적 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 방법 등에 관한 고시’의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이 담겨있다. 아울러 노인돌봄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대체인력지원제도의 마련이 요구됐다.
현재 장기요양서비스는 민간기관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장기요양기관 2만5384개소 중 민간기관이 2만5140개소에 달하지만 국·공립기관은 244개소로 약 1%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노인돌봄체계가 공적 영역으로 뒤늦게 편입된 탓이다.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공적 사회 보험의 일환으로 도입되면서 노인돌봄체계는 가족 및 비공식적 돌봄에서 국가 중심의 공적 돌봄 체계로 전환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장기요양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기반이 완비되지 않은 채 민간 주도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형성되면서 장기요양서비스의 민간기관 의존성이 심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용 절감으로 서비스 질 저하 등 민간 운영 특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민간기관은 국가 재정에 의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어 민간 장기 요양기관 주도의 체계는 서비스의 질적 저하 및 돌봄 공백 등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공공인프라 확충과 국가 주도의 공적 노인돌봄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도 요구됐다. 요양보호사는 지난 2018년부터 통계청 표준직업분류에 등재되는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직업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회복지사에 비해 요양보호사의 고용 형태, 임금 등의 노동조건은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요양보호사의 절반 이상이 시간제 계약직이고 월평균 근무시간은 108.5시간, 평균임금은 114만원에 불과하다.
인권위는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시급제 임금체계 등 이들 모두가 공통으로 불안정한 고용에 따른 일자리와 소득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더욱이 민간기관의 이윤추구 속성상 인건비 절감 경향을 피할 수 없고, 이에 노인돌봄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노인돌봄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 공백도 지적됐다. 인권위는 “노인돌봄노동자는 대면노동이 불가피한 탓에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돌봄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며 “돌봄 외에도 방역 등 업무량 증가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소진이 심각하고 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보호 조치가 요구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차지하는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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