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호조를 이어 나가기 위해 전문가들은 인력 양성과 기술 내재화 등이 절실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 시급하게 요구되는 정부 과제는 인력 확충, 반도체 종합연구원 설립,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 입지 지원과 규제 개선 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대학원 확충 △관련 R&D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 △정부 투자·R&D 사업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구매 조건부 R&D 과제 확대 △반도체 종합연구원 설립을 통한 기술력 확보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 입지 지원 △중소벤처기업의 고급 인력 채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선으로 꼽는 과제는 인력 양성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현재는 반도체 관련 대학 인력이 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와 연계됐다"며 "나머지 '소부장' 기업들은 사람이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을 찔끔찔끔 양성하지 말고, 전국 반도체 학부를 신설 혹은 증설해 달라"고 촉구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새 정책보다는) 현재 있는 지원 정책을 활용해 인력의 양을 늘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참관객들이 IKO사의 반도체와 전자기기 장비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단순한 산학연 정책 또는 외국 유학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직원 처우가 미국 등과 격차가 상당한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전자 산업 전문가 A씨는 "미국 기업의 대우가 더 좋은 상황에서 인력 양성 정책이나 인위적인 유출 방지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잘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R&D 등 예산을 편성할 때 유행에 흔들려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말고 장기적인 투자와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실적을 내라고 학계와 업계에 닦달하는 대신 교수와 학생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산업 기반이 절대 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집적화의 발전 속도가 점차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기업과 정부의 대응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집적화 기술을 고도화할 필요성, 집적화가 아닌 설계와 후공정 등의 중요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아울러 반도체 기술과 밸류체인의 내재화 역시 차기 정부가 이행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소부장 업체들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유관기관의 B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같은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의 컨소시엄과 얼라이언스 등 매칭이 중요하다"며 "수율 계약과 공급 계약을 적절하게 매칭해 테스트 베드를 통해서 충분히 검증하고 양산까지 하면 경쟁력 있는 소재·부품·장비사를 중심으로 내재화가 점차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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