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엄마이자, 신입사원입니다"…다시 뛰는 '경보녀'
"멀어진 사회생활…다시 일하기 엄두 안 나"
서울시 인턴십 참여하며 적응…자신감 키워
1기 절반 취업 성공…2기 76명도 취업 도전
2022-04-02 09:00:00 2022-04-02 09: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결혼하고 양육하며 15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다보니 조직에서 일할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지금은 자신감도 생기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줘 일을 차근차근 배우는 신입사원입니다.”
 
이은영(43·여)씨는 번듯한 대학을 나와 가구회사에서 5년 이상 설계 일을 하며 나름의 전문성도 키워갔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자연스레 일과 멀어졌고 그렇게 15년이 지나자 다시 회사에 들어가 사람들과 일한다는게 버렸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 일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씨는 임시방편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과후강사를 시작했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지자 그마저도 수업 자체가 없어졌다. 어렵게 취득한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정작 이씨에게 면접의 기회조차 주지 못했다.
 
다행히 서울시 우먼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씨는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작년 9월부터 인턴으로 일하며 다시 직장생활의 감각을 익혔다. 이씨의 노력에 주변의 도움까지 더해지면서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채용까지 이어져, 현재는 이씨가 다른 여성들에게 취업정보를 연결해주고 있다.
 
이씨는 “직장생활에 반은 인간관계인데 원만하게 지내며 하나씩 배우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소프트 랜딩이란 말처럼 인턴을 해봤던 경험이 다시 일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윤진(46·여)씨는 은행원으로 15년이나 일했지만, 7년간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게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김씨는 취득한 후 장롱에 모셔뒀던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우연히 발견했고 서울시 우먼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기초부터 다시 배웠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행히 곧바로 취업에도 연결돼 현재 재향군인회 평생교육원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김씨는 “장롱에 묵혀뒀던 자격증을 꺼낼 수 있었던 기회를 살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기분 좋게 하고 있다”며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에겐 일 자체에 대한 능력보다는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 우먼업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3040 경력단절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3개월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진행한 1기 인턴십 참여자 62명 가운데 29명, 47%가 취업에 성공했다.
 
이달부터는 2기 인턴십도 시작한다. 76명이 인공지능, 모빌리티, 마케팅, 유통 등 다양한 민간기업에서 일하며 취업역량을 기른다. 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가한 2기 참가자들은 “아이가 엄마 일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줬다”라며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력단절여성’이란 표현이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경력보유여성’이란 용어로 바꿔 쓰는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인턴십은 꼭 필요한 일이며 자격증이 없는 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우먼업 인턴십으로 취업에 성공한 이은영(왼쪽)씨와 김윤진씨가 1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유근윤 인턴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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