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이 올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당국이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어서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대출 수요 증가에 따른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95억원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64.5% 증가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이어졌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전년보다 51.0% 상승한 29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1~3분기 동안 지난해 수익을 넘어섰다. 4분기 수익까지 더해지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3분기 순익은 5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 신장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1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5% 늘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0% 증가했다. 누적 순이익은 전년 보다 39.2% 증가한 643억원으로 집계됐다. 웰컴저축은행도 전년보다 62% 상승한 324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순익은 1031억원으로 29.2% 확대됐다.
이처럼 주요 저축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운 건 코로나 여파로 대출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중금리대출 위주로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풍선효과로 고신용자 고객도 일부 흡수했다.
다만 실적 둔화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되며 고객층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대출 총량규제도 타격이다. 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에도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로 21.1%를 제시하며 공급을 제한했다.
업계에선 내년에 영업 환경이 더 어두울 것으로 본다. 대출 규제가 올해보다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당국은 저축은행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로 10~14%대 사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가 적용되면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다.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역시 내년 19.5%에서 16%로 인하되면서 이자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에 이어 중금리대출 관련해서 금리 적용 기준이 바뀌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업체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3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내년부터 총량 규제 강화 등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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