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성행위기구(일명 리얼돌)'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인천세관장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관세법이 통관을 보류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김모씨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 305조 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고, 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도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죄는 설령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성립하기 때문에, 19세 이상의 성인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처벌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성보호법' 2조 5호에 의하면, 실제의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포함된다"면서 "그 이유는 실제 아동·청소년인지와 상관없이 아동·청소년이 성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각종 매체물의 시청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의 표현물이라 하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의 지속적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고, 또한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인천세관장이 수입통관을 보류한 해당 물품의 전체 길이와 무게는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앳돼 16세 미만 여성의 인상에 가까워 보이며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면서 "그 밖에 형상·재질·기능·용도 등에 비춰 보면, 해당 물품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해당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해당 물품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하는지 심리한 다음, 관세법이 규정한 통관보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수입업자인 김씨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기 위해 인천세관에 수입신고를 했지만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받았다. 이 리얼돌은 여성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대의 남성용 자위기구로, 동양인이 피부색과 유사한 색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한 데다가 전체 길이가 150cm, 무게가 17.4kg이고, 얼굴 부분의 인상이 상당히 앳되게 표현됐다.
1심은 "해당 물품을 전체적으로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고, 때문에 관세법이 수입통관을 보류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에 인천세관장이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김씨 손을 들어줬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과 2020년에도 3건의 사건에 대해 세관이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한 처분이 적법한 것인지를 판단했으나 당시 문제된 리얼돌은 '성인리얼돌'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이 잘못됐다는 원심 판단들을 유지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