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완전한 여당의 본선 후보가 됐다. 지난 10일 경선 마지막날 50%가 넘는 누적 득표로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지만,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 제기로 더불어민주당은 내홍이 불거졌고 당무위원회까지 열렸다.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결선투표는 없는 것으로 확정했고 이낙연 후보는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지지층들이 금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팀' 지지율이 힘든 또 하나의 이유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지난 9~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23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7.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책임'이라는 의견이 56.5%로 나타났고 '국민의힘 책임'이라는 응답은 34.2%로 나왔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여론은 '국민의힘 게이트'보다 '이재명 게이트'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직 사퇴를 권유했고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도 국정감사가 있기 전에 사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왜냐하면 대장동 개발 의혹 청문회나 다름없을 국정감사에 직접 해명하는 것은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까닭이다. 그런 예상을 깨고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국정감사를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이 후보가 국정감사 정면 돌파를 결정한 이유는 3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첫째는 '대장동 프레임 전쟁'이다. 만약에 이 후보가 대장동 국감을 회피한다면 이 후보를 믿었던 지지층들은 결속이 와해되고 중도층 이탈까지 우려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고 남욱 변호사의 발언이 이어지는 와중에 지사직을 바로 사퇴한다면 '정치적 줄행랑'을 쳤다는 비판까지 안게 될 공산이 크다. '프레임 전쟁'이 확산되는 국면에 지지층 결속을 위해 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리인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해명하기 보다는 대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대장동 이슈를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 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는 이유는 '자체 컨벤션 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 컨벤션 효과는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후보나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일컫는 표현이다. 이재명 후보는 경선 승리로 민주당의 본선 최종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막판 국민 투표의 결과가 석연치 않았고 이낙연 후보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당무위원회에서 결선 투표 진행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오기 전에 이 지사가 경기지사직 유지를 표명한 데는 다분히 선거 전략적인 포석이 깔려있다. 여당 위기 국면에서 이 지사의 정면 돌파 의지는 지지층을 추가적으로 결속시키고 지지율이 올라가는 '자체 컨벤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낙연 후보가 반발했던 상황에서 덥석 지사직을 사퇴했더라면 일방통행의 이미지가 부각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는 세 번째 이유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견제'로 풀이된다. 경기도의 국정 감사가 예정되어 있는 일정은 18일과 20일이다. 그런데 이 시점은 국민의힘 토론 열기가 한창 꽃피울 시점이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되어 있는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 선정을 앞두고 경쟁이 가장 치열할 시점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이재명 후보가 국정감사로 사실상 공중파 및 주요 뉴스 채널의 관심을 다 앗아가는 순간 국민의힘 토론 효과는 반감된다. 사실상 대장동 개발 의혹이 이 후보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지만 역으로 이 지사는 대장동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양새가 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 이슈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 지배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이슈 관련 가장 큰 부담을 갖게 된 후보는 이재명 후보다. 보통은 부담되는 이슈를 피해가는 선택을 많이 하게 되지만 이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사퇴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결정했다. 선거는 옳은 쪽이 아니라 강한 쪽이 이긴다. 이 후보는 일단 강한 칼을 빼들었다. 국정감사에서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의 논리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전달될 지가 핵심이다.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얼마나 잘 해명할지 온 국민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해명은 둘째 치고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일정이 될 것이므로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기도 국정감사를 받는 선택은 이재명 후보 대선 운명의 갈림길이 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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