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주요 은행에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거나 5000만원이 넘는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쉬운 대출 수단으로 활용돼온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큰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탓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323410)는 이날 신규 취급분부터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3000만원으로 줄인다. 신용대출 한도도 최대 5000만원으로 낮춘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최대 5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 신용대출 한도는 최대 7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각각 2000만원씩 줄어들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최대한도를 축소했다는 게 카뱅 측 설명이다.
최근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한 것보다 강력한 조치다. 실제로 신용도가 매우 높거나 수억원의 연봉을 받더라도 4대 은행에서는 마이너스 통장을 일률적으로 5000만원까지 밖에 뚫을 수 없게 됐다. 한도만 받아 놓고 쓰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연장 시점에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등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 틀어막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마이너스 통장 규제가 확산되면서 내 집 마련과 생계자금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절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단 점이다. 당국이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마이너스 통장 규제를 하면서 빚을 내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 게 모순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못 산다"는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대출 창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데 마이너스 통장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집값 상승만 유도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면서 "억대 마이너스 통장을 받을 기회가 사라진 만큼 이제부터는 진짜 막차타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정부가 집값을 올려놔서 서민들이 집을 사기 어려워졌는데 이제 대출까지 막아놓으니까 집 사기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현재 상태에서 주택 거래 중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문제인데, 서민들이 전세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내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대출창구 한 장면.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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