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품귀 현상에 몸값 높아지는반도체…제조업체 '시름'
TSMC·삼성, 줄줄이 인상 예고…수익성 악화 우려
차업계, 정상 가동 못 해…"내년 상반기 지나야 할 듯"
2021-09-06 14:47:26 2021-09-06 14:47:26
 
 
[뉴스토마토 최유라·황준익 기자] 자동차에 이어 TV, PC 등 가전제품까지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제품 생산이 어려운 데다, 생산원가 인상 폭을 완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파운드리 가격 20% 인상을 예고했다. 연초 15%를 올린 데 이어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005930)도 올 4분기 가격을 최대 20%가량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파운드리 업체가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은 코로나19로 가전, TV, 완성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가격 인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박사는 "가격을 인상해도 반도체 주문량이 많을 것이란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도 무작정 소비자가격을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시국에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스마트폰은 글로벌 업체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와 하반기에 각각 출시한 갤럭시S21과 갤럭시Z시리즈의 출고가를 전작보다 저렴하게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를 올리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들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제조업체 입장에선 출고가를 높이기 힘들어 수익성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이어 TV, PC 등 가전제품까지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TSMC 전경. 사진/TSMC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로 자동차 업계는 올 초부터 감산이 이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의 가동률을 이달부터 50%로 줄였다. 트랙스,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만 정상 가동 중이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을 중단한 적이 없었지만 생산 차질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7월 19~20일 부산공장의 가동을 이틀간 중단한 경험도 있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도 표정이 밝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5만1034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해외 판매도 7.8% 줄었다. 기아의 경우 국내는 6.6% 증가했지만 해외는 1.4%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반도체 문제로 브라질 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했고 기아도 지난 5월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추기도 했다. 생산 차질로 출고가 지연되면서 해외 판매 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 직원이 현장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부터 북미 지역 8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 GM은 지난 2월부터 일부 북미 공장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하반기 역시 대규모 중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포드도 이달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생산 축소에 돌입한다. F-150 등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미주리 캔자스시티 공장이 전면 중단되며 미시간 디어본이 3개 라인 가운데 1개 라인만 가동한다. 또 포드 익스페디션·링컨 내비게이터 등 SUV를 만드는 켄터키 공장은 3교대에서 2교대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는 이달 전 세계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40%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은 올해를 넘어 2023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및 메르세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뮌헨 IAA 모터쇼에서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자동차 산업이 내년과 2023년까지 반도체 칩을 충분히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2나노미터(㎚) 공장 신설이 지난 7월에야 허가를 받았는데 증설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국내 업체는 내년 말이나 생산 확대가 가능한 만큼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황준익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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