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국내 대표 식품주들이 올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가운데, 가격 인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곡물 가격 상승과 부진한 실적 등을 명분 삼아 줄줄이 가격 인상이 이어졌지만, 반짝 상승했던 주가는 다시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우려 등에 따른 국내 증시 부진에 힘을 잃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줄줄이 식품주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음식료품 섹터의 37개 종목은 작년 말 대비 7.8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상승률(9.22%)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식품주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가정식 수요 확대와 함께 실적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기저 부담에 대한 우려로 주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올 들어서는 곡물 등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훼손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기저부담과 원가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식품주들의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KB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는 이달 들어
오리온(271560)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곡물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지난해 코로나 역기저 효과가 더해지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목표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6만원으로 조정했다.
목표가 15만원을 제시한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오리온의 점유율 상승이라는 현재 방향성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면서도 "3분기까지는 기저부담과 원가 압박이 지속되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3598억원을 전망한다"고 했다.
빙그레(005180)와
풀무원(017810)의 목표주가도 증권사 2곳 이상에서 하향 조정됐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풀무원에 대해 "하반기 해외 사업 부문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해 해외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감가상각비가 장기간 이익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류업체
하이트진로(000080)도 6개 증권가 이달 들어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음식료품 중 거의 유일하게 목표주가 상승이 잇달았던
CJ제일제당(097950)의 경우 견고한 간편식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부문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매출 안정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단기 실적 부진의 우려를 상쇄할 키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제품 가격을 6~10%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지난 4월 수준의 12만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반면 오뚜기는 13년 만의 라면 가격 인상 발표와 동시에 주가가 5%대 급등했으나 연중 최저점인 50만원 초반대까지 주저앉았다. 10%가 넘는 높은 인상률에 시장점유율 방어가 숙제로 남으면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음식료 산업은 가격 인상 사이클에 돌입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음식료 업종의 가장 중요한 캐털리스트인 가격 인상은 단기적으로 실적 부진 우려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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