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유럽에서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 배터리를 탑재한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차 ID.3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배터리 문제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신형 볼트는 판매를 중단하고 리콜을 진행 중이다. LG엔솔이 전세계에 가장 많은 배터리를 공급한 업체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고가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화재 등으로 인한 완성차의 판매 중단과 리콜은 LG엔솔에 비용 부담을 넘어 배터리 시장 내 입지 축소로 이어질 우려를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배터리 수주에 대응하는 것만큼 배터리 업체가 철저한 품질 관리를 비롯해 화재 원인 규명에 전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일 네덜란드 흐로잉넌에서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가 충전 직후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네덜란드 흐로잉넌에서 폭스바겐이 지난 2019년 출시한 순수 전기차 ID.3 화재가 발생했다. 폭스바겐은 ID.3와 ID.4 모델에 자체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MEB를 적용했고, 여기에는 LG엔솔 배터리가 공급된다.
이번 화재를 배터리 결함 문제로 단정짓기는 이르다. 사고 내용을 종합하면 차량 운전자가 ID.3를 충전 후 충전 케이블을 뽑은 직후 운전대를 잡자마자 차체에서 연기가 발생했고 이윽고 차량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전기차 화재는 주차중이거나 충전 중 발생했다. 폭스바겐 유럽 측은 이번 화재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사고 차량이 완전 전소된 만큼 화재 원인 분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일에는 독일 뮌헨에서 아우디 최초 순수전기차 E-트론 충전 중 불이 난 사고도 있었다. E-트론에는 LG엔솔과
삼성SDI(006400)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출고한지 4주된 사고 차량에는 LG엔솔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나 아우디 측은 해당 건의 경우 화재가 난 차량의 배터리가 멀쩡한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배터리 이슈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4월 화재 우려로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르노의 전기차 '조에'와(관련 기사:
(단독)'LG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 조에 유럽서 리콜) 올해 초 폭스바겐 전기차 'e-UP!', 폭스바겐 자회사인 스코다(Skoda)와 세아트(SEAT)의 전기차 'Citigo'와 'E-Mii' 차량에 대한 리콜이 실시된 바 있다. 해당 차량 화재 사고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유럽연합위원회(EU)와 독일연방교통국(KBA) 리콜문에는 배터리 셀 결함이 지목됐다.
국내 1위·세계 2위 LG엔솔의 최근까지 국내외 누적 수주 잔고는 약 180조원을 수준으로,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많다. 인사이드EVS에 따르면 현재까지 LG엔솔 배터리를 사용한 순수 전기차(BEV)는 108만대를 기록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까지 포함하면 160만대를 육박한다.
하지만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화재와 리콜이 잇따르면서 배터리 품질 우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GM은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볼트 차량 7만3000대에 대한 추가 리콜 계획을 내놨다. 리콜 대상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린 2020~2022년 모델이다. 지난달 24일 2017~2019년 모델 6만9000대 배터리 모듈 교체 결정을 내린 지 약 한달 만에 추가 리콜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리콜에는 한국 시장 출시를 앞둔 신형 볼트 EV와 볼트 EUV도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GM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진행 예정이던 2022년형 볼트 EV 시승회 연기 결정을 내렸고, 미국 시장의 신형 볼트 EV 판매도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가 연속해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GM은 리콜문에서 '볼트에 공급된 동일한 배터리 셀에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의 희귀한 두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외신을 종합하면 GM은 이번 배터리 모듈 교체 비용 총 18억달러(한화 약 2조1303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LG에 청구할 전망이다. 통상 전기차 화재 우려로 리콜 추진시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관련 비용을 분담해왔다. 하지만 이번 리콜에서는 GM이 리콜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온다. 만약 GM이 화재 원인 및 책임을 배터리 결함으로 몰고 갈 경우 최대 2조원이 넘는 리콜 비용을 LG엔솔과
LG전자(066570)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최종 분담 비율은 화재 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확정될 전망이다.
잇단 악재로 LG엔솔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올해 코나 EV 리콜에 따른 분담 비용은 약 9800억원(총 1조4000억원 중 30% 현대차 부담)에 이른다. 이에 더해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악재까지 덮쳤다. 현재 LG엔솔은 국내를 포함 영국 리버풀 20메가와트(MW) ESS를 비롯 미국·호주 가정용 ESS 리콜을 위해 지난 2분기 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최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 호주 대형 ESS '메가팩'에도 LG엔솔과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가 공급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단독)나흘간 불탄 호주 테슬라 ESS, LG엔솔·파나소닉 배터리 탑재)
전문가들은 LG엔솔이 품질 이슈 해결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LG엔솔이 공격적인 수주와 증설을 통해 많은 배터리를 공급한 만큼 화재 리스크도 커진 상황으로 이번 리콜로 GM과 합자사인 얼티엄셀즈의 GM 지배력이 커질까 우려된다"면서 "구광모 LG 회장이 LG엔솔 사업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이번에도 품질 강화를 위한 인적 쇄신없이 지나간다면 LG엔솔의 운명은 기술이 아닌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차전지 전문가는 "현실적으로는 한국 배터리의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고려해 볼때 제조 공정의 총체적인 점검과 사용자의 운용의 복합적 검증이 필요하며 수백개의 배터리중 한두개의 불량으로 전체 배터리 팩에 문제를 야기할수 있으므로 저품질의 배터리를 정교하게 선별할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화재는 원인규명이 대단히 어려운만큼 장기적 차원의 원인규명 방법을 체계적으로 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합심해 전기차 화재 이슈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각각의 노력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미주향 물량에 국내 배터리 업체의 배터리가 다량으로 탑재된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에도 화재 리크스도 함께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셀의 강건성을 높이려는 배터리 업체들의 노력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관리 기술 제고를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노력 등이 합쳐져 일련의 사태들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할 수 있는 노하우가 쌓이면 이는 또 다른 경쟁력이자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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