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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야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대권주자인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컴퓨터게임으로 전락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군인들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게임이나 한다"고 주장했고, 안 대표는 "돌이켜보면 9·19 군사합의 이후 지난 3년간 한미는 연대급 이상에서 총 한 발을 같이 쏴본 적이 없다. 야외 실기동 훈련도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국방부, 군 전문가 등에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훈련이 컴퓨터게임으로 전락했다'는 논란을 취재한 결과,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된 것은 맞지만 기동훈련은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들이 컴퓨터게임만 한다'는 주장은 거짓에 가까운 셈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컴퓨터로 진행되나
한미연합훈련 중 컴퓨터로 진행하는 훈련이 있다.
한미연합사는 한반도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전시 대비계획, 한미 연합전력 운용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미는 실제 병력·장비를 움직이는 '기동훈련'과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실제 전장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지휘소간 작전을 수행하는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야권에서 '컴퓨터게임'이라고 지적한 것은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이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이 진행되고, 키보드를 통해 지휘소간 소통·전쟁작전 등을 수행해 이른바 '워게임'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기에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이 확대됐다고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은 군사정권 시절인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이후 각 정권마다 꾸준히 발전해왔다.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6년 한국정부의 을지연습과 유엔사의 포커스렌즈연습을 통해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이라는 명칭으로 최초로 시행됐다.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은 실제 병력과 전투 장비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전장상황을 가정해 실시하는 한미 양국의 지휘소 연습을 지칭한다. 이후 전두환 정권인 1988 군사 분야 지휘소 연습인 포커스 클리어연습을 '워게임 기법'으로 적용해 실시했다.
컴퓨터를 통한 국방정보화는 각 정권마다 계승·발전됐다. 1990년대 초반 김영삼 정권은 '국방정보화'를 본격 추진했다. 전투근무 지원이라는 부수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을 통해 전쟁상황을 한 눈에 보고 적시에 통합운용 하는 자동화 지휘체계(C41) 등을 이루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합참과 육해공군 주요 전략 부대의 지휘소 기능을 자동화하고 상호 연동시켰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에서도 '정보지식 중심의 정예 정보화 강군 육성'을 목표로 통합전장정보체계를 이어갔다. 국방정보화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워게임 기법도 함께 발전해왔다.
정말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했나
한미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유 전 의원과 안 대표가 한미연합훈련을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했다며, 기동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키리졸브 훈련이 폐지된 2019년 이후 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연합 및 합동훈련은 국내 총 65건, 국외 36건으로 총 101건이 실시되고 있다.
각 제대별로 연습·훈련 상황을 보면, 합동참모본부와 연합사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 등 8건, 육군은 칸 퀘스트 훈련 등 17건, 해군은 환태평양훈련 등 48건, 공군은 국제 우주상황조치 연합연습 등 17건, 해병대는 코브라 골드훈련 등 7건, 합동부대는 한미연합 네트워크 구성 훈련 등 4건을 실시하고 있다.
또 군은 육·해·공군 합동연습 및 훈련(국내 33건)도 진행하고 있다. 합참주관은 호국훈련 등 5건, 육군은 공지합동훈련 등 4건, 해군은 함대 종합전투훈련 등 15건, 공군은 합동 방공훈련 등 8건, 해병대는 합동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호국훈련'은 '팀 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하는 비중 높은 훈련이다. 1976년 시행된 팀 스피리트 훈련은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의 병력을 조기에 지원받아 운용하는 데 주안점을 둔 한미 연합기동훈련이다. 하지만 북한이 팀 스피리트 훈련 중단을 강하게 촉구하고, 대응방식으로써 북핵을 만드는 등 위기 상황이 오자, 1994년 중단됐다. 호국훈련은 팀 스피리트 훈련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한국군 독자 군단급 훈련으로 마련됐다.
국방부는 "2018년 이전에는 시뮬레이션 훈련과 기동훈련을 함께 했다"면서도 "기동훈련과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은 한 세트가 아니고 원래부터 별개의 훈련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동훈련은 일정시기에 한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분산시켜서 부대마다 일정을 조율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하는 기간에 다같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뀐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이 방위력을 약화시킬까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뮬레이션 훈련과 기동훈련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는 지는 군의 전략·전술에 따라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한미동맹은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1년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이날부터 9일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군의 전략·전술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동훈련에 방점을 찍어 이번 논란을 본다면 '한미연합훈련 축소'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 키리졸브 △독수리연습 등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추진해왔다. 한반도 우발 상황을 가정한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43년 만인 2019년 폐지됐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한국 정부와 군 중심의 을지태극연습과 한미연합 지휘소연습으로 나뉘어서 실시됐다. 또 한반도 유사시 미국 증원전력을 파견·배치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키리졸브 훈련도 11년 만인 2019년부터 종료됐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확대가 곧 안보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을지포커스렌즈'훈련을 2008년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으로 명칭을 바꾸며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또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연습을 통합시키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워 게임인 키리졸브 훈련과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을 함께 진행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워게임과 기동훈련을 한 번에 진행시키면서 북한에 위협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미 연합훈련은 강화·유지됐다. 한반도 안보를 최우선에 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한미 연합훈련이 강조된 시기에 북핵 문제가 불거지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생겼다. 북한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체기에 3차 핵실험을 진행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4,5차 핵심험을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6차 핵실험을 단행했으나 추가적 실험은 나오지 않고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전쟁연습이라고 인식하고 굉장한 공포심을 느낀다"며 "북한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서방국가의 제재로 훈련에 사용할 기름 등 에너지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자신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총·칼을 들려 대거 방어하도록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시행기에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게 되면서 생산에도 차질을 빚어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에서 '김정은 참수작전' 등을 진행하니 북한 지휘부로서는 공포감과 우려가 극도에 치닫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국방부, 군 전문가 등에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훈련이 컴퓨터게임으로 전락했다'는 논란을 취재한 결과,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된 것은 맞지만 기동훈련은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5일 오후 중부전선 GOP를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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