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안산(20·광주여대)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은 물론 국내 정치인과 연예인까지 나섰다. 최근 일부 남성 중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가 숏컷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페미니스트'라 낙인찍고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29일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머리카락을 기르거나 자르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이자 자유로운 권리다. 몰지각한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서 선수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안산 지킴이’ 릴레이가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기재된 포스터를 공유하고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및 응원 메시지 쓰기 등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또 대한양궁협회에 '선수를 사과하게 하지 말라' '절대 반응해주지 말라' 등도 요구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안산 선수를 향한 비난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28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짧은 머리 사진을 공유하며 "여성 정치인의 복장, 스포츠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여성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저도 몇 년 동안 숏컷이었는데 요즘에는 기르고 있다. 그러고 싶어서다.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건 없다"고 했다.
탤런트 구혜선도 인스타그램에 숏컷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숏컷은 자유”라고 썼다. 최근 논란을 두고 반박한 것이다.
안산 선수는 지난 25일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며 올림픽 사상 첫 9연패를 일궜다. 24일 남녀 혼성단체전에서도 김제덕(경북일고)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양궁의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같은 쾌거에도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그의 짧은 숏컷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스트’ 같다며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여대에 숏컷, 페미니스트 조건을 모두 갖췄다”, “전 그래서 안산은 응원 안 한다. 정치 성향 다 떠나서 페미는 극혐”, “탈코르셋 국대도 좀 보이는 거 같다. 요즘 여자들은 숏컷하면 페미 소리 들을까 봐 일부러라도 안 한다” 등 글을 남겼다.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홍보물.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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