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걸쳐 강제적으로 진행된 실험, 재택근무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이전의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에 대한 연구들은 개별 기업 단위이거나 부분적인 재택근무, 자발적 재택근무 정책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연구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에 걸쳐서 전국 범위로 동시에 거의 모든 기업, 주로 사무직이 참여하는 재택근무 실험이 이뤄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는 전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하버드대와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보고서다. 우선 연구의 규모가 광범위하다. 북미, 유럽 및 중동의 16개 대도시(밀라노, 로마, 오슬로, 마드리드, 취리히, 제네바, 런던, 파리, 브뤼셀, 텔아비브,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시카고, 뉴욕, 워싱턴) 지역에 소재한 2만1478개 회사 314만3270명의 직원들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봉쇄 전후 각각 8주 동안 직원들의 회의 및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패턴의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의 횟수와 참석자 수는 증가했지만, 전체 회의 시간은 감소했다. 이메일 활동 증가로 업무 시간은 48분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생산적인 업무방식은 회의는 짧게, 커뮤니케이션은 자주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재택근무는 즉각적으로 이런 업무방식을 강제했다. 결국 재택근무는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나, 10월 말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WEF(세계경제포럼)에서 여러 발표자들은 코로나19 봉쇄에 대응해 재택근무로 전환했을 때 많은 기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발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시급한 일 중심으로 업무 처리의 우선 순위가 바뀌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업무 관행의 개선에 따른 하급자의 자율성 증가, 관료제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언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6개월이 걸렸던 작업은 2주 만에 완료됐고,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문제는 종종 매우 짧은 시간 내에 해결됐다. 어떤 경우에는 전달 속도가 경이적이었다. 우리나라도 1주일도 안 돼 원격 모니터링 생활치료 센터가 개설되고, 학교 온라인 클래스가 1달만에 1만명에서 300만명이 사용하는 인프라로 증설됐다.
생산성이 증가한 것은 근무시간 이외의 업무활동 증가로 전체 업무시간이 48분 증가한 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재택근무로 인해 보육 및 가정 교육, 가사 활동이 증가했고, 이러한 활동이 근무 시간 중에 이뤄졌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근무시간이 48분 증가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사무실 근무 중에도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 연속 시간이 48분 증가하는 효과는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업이 실제적으로 생산성 증가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인한 생산성 효과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출퇴근 시간의 감소다. 미국의 경우 평균 편도 통근시간은 26분이고, 대도시는 중소도시 지역보다 2배 넘는 35분 정도다. 한국은 미국의 1.5배에 달해 편도 통근시간이 40분이고, 수도권은 45분에 달한다. OECD 평균에 비해서는 2배에 달한다. 출퇴근에는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50%가 재택근무 할 경우 회사는 연간 약 1만1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직원도 연간 2500~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한 경제학자는 업무시간을 변경하거나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재택근무로 1시간의 통근 시간을 줄이면, 그 결과 생산성이 13%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주당 38시간 근무로 가정). 만일 한 국가에서 노동력의 절반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 전체 노동력의 생산성이 6.5%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서 2018년 사이에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0.8% 수준에 불과한 한국에서 재택근무만으로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얻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기업 차원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적극 확대해볼 만하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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