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경복궁 선원전 편액' 환수금 기부와 관련, 문화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대표가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경복궁 선원전 편액 공개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게임도 문화의 일부"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는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경복궁 선원전 편액 공개회에서 "저희의 기부에는 라이엇 게임즈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우리 게임을 즐기는 수백만 플레이어분들의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많은 분이 외국계 게임사가 왜 한국 문화유산 환수에 나서는지 묻는다"며 "게임도 문화의 일부이며, 현대 문화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한국의 소중한 유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플레이어분들과 라이엇 게임즈에게도 매우 뜻깊은 일이라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조선 역대 왕의 어진(초상화)을 봉인하고 의례를 지내던 선원전에 걸리는 현판입니다. 이 편액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입니다. 선원전은 조선 왕실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전'으로, 통치 체제의 근본이던 충·효를 상징합니다. 조선의 왕은 여기에서 직접 분향·참배했습니다.
선원은 '옥의 근원'을 뜻합니다. 중국 역사서 '구당서'에서 왕실을 옥에 비유한 데서 유래합니다. 그래서 선원전의 선원은 '왕실의 유구한 뿌리'를 의미합니다. 편액은 종이·비단·널빤지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 방 안이나 문 위에 거는 액자입니다. 환수된 편액은 바탕 판에 옻칠(흑칠)하고 글씨는 금을 사용한 금자로 썼습니다. 네 변의 테두리를 연장한 봉은 구름 무늬 조각으로 높은 격식을 갖췄습니다.
조선 왕실의 선원전은 경복궁·창덕궁·경운궁(덕수궁)에 있었습니다. 임금이 거처를 옮길 때는 역대 왕의 어진도 함께 옮겨야 해서, 여러 궁에 선원전을 둔 겁니다.
조선 첫 선원전은 1444년 창건된 경복궁 선원전입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전소된 뒤 100년간 궁궐에 선원전이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선원전은 창덕궁에만 두 곳이 있는데요. 우선 1695년 창덕궁에 어진을 봉안한 선원전이 구 선원전입니다. 신 선원전은 1921년 경운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겨진 선원전입니다.
경복궁 선원전 편액. (사진=이범종 기자)
일제가 없앤 선원전
이번에 환수된 선원전 편액은 고종 때 만들어졌습니다. 경복궁 공사 기록서인 '경복궁 영건일기'에 따르면, 조선은 1865년부터 경복궁을 다시 짓고 1868년 이곳에 선원전을 재건했습니다. 이 선원전은 일제 강점기에 헐려 박문사를 짓는 데 쓰였다고 알려졌습니다. 박문사는 조선총독부가 1932년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절입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정황과 관련 문헌 기록을 종합한 결과, 이번에 환수한 문화유산을 1868년 재건된 경복궁 선원전 편액으로 추정했습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재건 경복궁 선원전 편액 글씨는 서사관인 서승보의 것입니다.
앞서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023년 11월 일본에서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경매에 오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문가 평가와 실견(직접 조사) 등을 했습니다. 이후 소장자에게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한국 환수 당위성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라이엇 게임즈 후원으로 그해 12월 편액 매매계약을 맺었습니다. 편액은 지난해 2월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편액은 고궁박물관이 소장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국외 소재 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하며 이번 편액까지 일곱 개 문화유산을 환수했습니다. 앞서 라이엇 게임즈는 △석가삼존도(2014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책판(2019년)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년) △중화궁인(2019년) △보록(2022년) 환수를 지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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