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한복판 해양기지 '왕돌초'…첨단무인기지'시험대'
243억 투입한 동해 첫 해양과학기지 준공
이어도·소청초 이은 삼면 바다 관측망 마침표
거친 동해 해황 속 ‘원격 정비 한계’ 극복
해양과학 데이터, 지역 수산업 상생 사례
5~6년 주기 ‘쪼개기 R&D 예산’ 구조 넘어야
2026-06-09 16:37:47 2026-06-09 16:55:5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대한민국 삼면의 바다를 빈틈없이 연결하는 ‘해양과학기지 관측망’이 마침내 완성됐습니다. 남해 이어도(2003년), 서해 가거초(2009년)·소청초(2014년)에 이어 12년 만에 동해 최초의 거점인 ‘왕돌초 해양과학기지’가 들어선 겁니다. 특히 ‘왕돌초’는 동해 한복판에 기후변화와 해양 생태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전초기지로 기후위기와 해양 영토주권 확보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로 꼽힙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9일 울진에 위치한 KIOST 동해연구소에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KIOST)
 
‘왕돌초’에 세워진 첨단무인기지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9일 KIOST 동해연구소(울진)에서 열린 ‘왕돌초 해양과학기지 준공식’을 통해 “왕돌초 기지의 준공으로 동해를 포함한 우리 바다 전역을 빈틈없이 관측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기지가 들어선 왕돌초는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동해 최대 규모의 천연 수중 암반지대를 말합니다. 북한한류와 동한난류가 교차해 플랑크톤이 풍부하며 120종이 넘는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동해 최고의 황금 어장이자 해양 생태의 보고입니다.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해역인 만큼, 이번 기지 준공을 통해 동해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안정적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왕돌초 기지는 수중 암반에 세워졌습니다. 수심 23m 바닥에 4개의 파일을 박아 고정한 연면적 570m²(172평), 928톤 규모의 철골 구조물입니다. 총 높이는 아파트 19층 높이에 달하는 53m(수면 위 높이 약 30m)로 규모 6.5의 지진이나 파고 19.24m, 풍속 60m/s의 초강력 태풍에도 견디도록 설계했습니다.
 
기지는 총 5개 층으로 구성돼 선박 접안시설부터 기상 타워, 등대, 자동 드론 운용 설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최대 40명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서해 소청초 기지와 달리 왕돌초 기지는 첨단 관측 장비 37종(86점)이 24시간 내내 수온·해류·기상·해양 생태계 변화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스스로 기록하는 등 실시간 송신할 수 있는 원격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9일 울진에 위치한 KIOST 동해연구소에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KIOST)
 
반대 어민들도 ‘반색’…“실질적 조업 정보”
 
왕돌초 기지는 동해의 아열대화와 백화현상(갯녹음) 등 해양 생태계의 장기적인 변화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수집한 데이터는 해양 생태계의 위험을 탐지하고 어장 변동을 예측하는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며 인근 후포·죽변 어민들에게 실질적 조업 정보로 정식 제공할 예정입니다.
 
사업 책임자인 정진용 해양데이터·인프라 본부장은 “왕돌초는 어민들의 생업 터전으로 처음 건설 계획 때부터 반대가 있었던 곳”이라며 “하지만 어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바람, 파도, 수온, 염분 데이터와 함께 기지 상·하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수상·수중 영상을 실시간 가공해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분 좋은 민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해양 기지들의 고질적인 한계는 넘은 사례로 지목됩니다. 다른 기지들은 육지와 너무 멀어 어민 체감 접점이 없었지만 수중 영상 속 물고기 떼를 확인하는 등 왕돌초 기지의 조업 정보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날 준공식에는 지역 어업인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를 건네는 등 해양과학 데이터가 지역 수산업과 상생하는 사례로 꼽힙니다.
 
정진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장이 9일 울진에 위치한 KIOST 동해연구소에서 준공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KIOST)
 
“50년 수명, 제도적 보완 뒷받침돼야”
 
그럼에도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삼면 바다의 관측망엔 마침표를 찍었으나 기지가 향후 50년의 설계수명 동안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운영 진단과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동한난류와 북한한류가 교차하는 왕돌초 해역은 겨울철 돌풍과 높은 파도가 빈번해 태풍의 직접적인 타격을 강하게 받는 곳입니다. 해중 장비가 파손될 경우 데이터 공백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상 악화 시 발생하는 관측 공백을 최소화하고 장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장 정비 인력을 유기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상시 운영 예산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구조상 5~6년 단위의 단기 과제로 쪼개져 운영해야 하는 점도 고민할 부분입니다.
 
당장 왕돌초 기지에 배정된 시범 운영 예산은 내년쯤 만료됩니다. 오는 2028년 이후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올해 해양수산부와 신규 과제 기획을 거쳐 예산 당국 설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관련 전문가는 “바다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며 매일 변하는 것을 측정하는 일”이라며 “장기 관측 데이터는 한 번 끊어지면 그 퀄리티와 가치가 완전히 떨어져 돌이킬 수가 없다. 단기 R&D 예산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깨고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장기 운영비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예컨대 이어도 기지의 20년 누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 바다가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가속화 현상을 최초 증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편, 왕돌초 기지는 해수부의 ‘관할해역 첨단 해양과학기지 구축 및 융합연구’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추진됐으며 총사업비 243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액수로는 상당한 재원이나 급격히 치솟은 물가와 인건비(품비) 상승세를 감안하면 타이트하게 책정된 예산입니다. 과거 2014년 준공한 서해 소청초 기지(486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거친 동해 한복판의 시공 난이도까지 더해 구축 과정에서 고충이 컸던 사업이기도 합니다.
 
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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