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둘러싼 조직개편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공공부문 혁신 방안 마련에 착수한 데다 지방선거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금융시장 대응을 명분으로 서울 잔류를 유지해 온 금융당국도 개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내부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꿈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 세종시 이전, 금감원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 등 시나리오가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이방 이전과 관련해 "교육이나 산업 인프라 구축에 비하면 (집중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다. 내부의 저항을 조금 이겨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필요성과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중 공공기관 기능 개편, 지방 이전 세부 방안 등을 담은 혁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조직 효율화와 기능 재조정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는 만큼 금융당국도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 논의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금융위와 금감원 체계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가능성 단계지만 내부적으로는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의 경우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위는 외교부·국방부·통일부·법무부 등과 함께 서울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중앙행정기관입니다. 그간 금융위는 금융시장 대응과 금융감독원과의 협업 필요성 등을 이유로 서울 잔류 논리가 유지돼 왔지만, 중앙부처의 세종 이전 기조가 강화되면서 금융위만 예외로 두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 논의는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수면 위로 오른 바 있습니다. 당시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면서 기존 금융위 직원 일부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었습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과 상임위 분장 협상 등 절차가 산적하면서 해당 논의는 진척 없이 끝났습니다.
과거부터 금융위가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동시에 통제하는 감독체계가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 감독 기능은 금감원 등으로 분산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조직 해체보다 세종 이전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당국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의 경우 대규모 정부 조직 개편 없이도 세종청사에 이전시키면 되는 문제"라며 "금융위 입장에서는 그동안 금감원과 연계해 서울 잔류 명분을 세워왔지만 정부 부처 조정이 있을 경우 이번에는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정부세종청사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부 금융위원회 복도를 직원들이 지나다니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소원 신설 재추진될라' 금감원 긴장
지난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소원 분리 신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추진된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에 금감원과 금소원을 두는 구조인데, 야당 등 정치권과 금감원 내부 진통 끝에 현행 유지로 일단락이 됐습니다.
금감원 역시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금융위 해체 및 기능 축소와 패키지로 논의되는 사안이 금감원 조직 쪼개기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를 정책 부처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기능 재편이 논의될 경우 감독 기능을 금감원 중심으로 재편하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이재명정부 출범 후 추진된 재편안은 금감원 분리 및 금소원 신설입니다.
금소원 신설은 금감원 내 소비자 보호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입니다. 금소원이 신설될 경우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총괄 부문(옛 금융소비자보호처)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는 업무 상당 부분이 별도 기관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소원 신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현재 금감원이 금융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상충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논리입니다. 금융사에 대한 강도 높은 소비자 보호 조치는 금융사 수익성과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반면 금융사 경영 안정을 우선하면 소비자 보호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해 금융사고 대응과 분쟁조정, 불완전판매 감독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홍콩H지수 주가지수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소비자 피해 구제와 금융사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보호 전담 기관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소원 신설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기관을 새로 만드는 것이 소비자 보호 강화로 직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감독 권한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되면 오히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에 이어 금소원까지 상대해야 하는 이중·삼중 규제가 발생할 수 있는 셈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금융 전문성을 갖춘 유력 인사들이 금소원 설립 등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계기로 지난해 무산됐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금감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