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내놓은 정부 대책이 오랜 기간 억눌려 있던 오피스텔을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에 올려놓았습니다. 때마침 각종 규제로 공급이 감소해 조금씩 몸값을 높이던 오피스텔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울 지역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 수익률은 어느새 5%에 근접해 수익형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진 상황입니다. 한껏 오른 아파트 분양가, 대출·실거주 규제 등이 충분한 조정을 거친 오피스텔 시장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공급 급감했는데 수요 증가
14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R-ONE)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3년째 하락세를 돌리지 못하고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2018년 이후 전국 평균 매매가지수는 2022년 6월 104.13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9월 97.19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전국 평균이 아닌 서울 오피스텔만 따로 보면 분위기가 다릅니다. 서울 평균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도 2022년 8월 102.59를 고점으로 하락했지만, 전국 평균에 비해 낙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또한 전국 지수는 하락세를 끊지 못한 상태이지만 서울은 작년 6월과 7월 99.61로 저점을 찍은 후 조금씩 반등해 9월엔 99.82를 기록했습니다. 천천히 100을 향해 다가서는 중입니다.
전국 평균과 서울의 분위기에 다른 것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급 물량과, 아파트 시장과의 현격한 온도차에 기인합니다. 서울 오피스텔 시장은 올해로 3년째 공급이 끊기다시피 줄어든 상황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건설 경기 침체에 다주택자 규제가 겹치며 신규 공급이 급감한 것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입주는 10년 사이 물량이 가장 많았던 2019년 11만211실에서 지난해 3만3839실로 매년 급감했습니다. 올해에도 소폭 감소한 3만3431실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서울은 올해도 4456실에 불과한데 내년엔 1417실로 폭삭 주저앉을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가 등 시세가 뛰면서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오피스텔을 대체제 삼아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조금씩 증가했습니다. 오피스텔은 기존 1~2인 젊은 직장인들의 수요가 시세를 이끌었는데요. 최근엔 여러 이유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3~4인 가족 수요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아파트와 비슷한 전용면적 84㎡ 안팎의 ‘아파텔’을 선호합니다.
아파트 시장은 뜨겁고 오피스텔 공급은 급감한 서울에서 유독 이런 대비가 강하게 나타난 결과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전환한 것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신축 포함 표본 변경에도 수익률 상승
공급은 부족한데 매매가격이 오르니 월세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R-ONE가 집계한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2년 중반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국 평균으로는 연 5%를 넘어선 지 오래이며, 서울 평균 월세 수익률도 9월 4.97%로 5%에 바싹 다가선 상태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17일에 10월 수치를 업데이트할 예정인데요. 전국 및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와 월세 수익률 추세엔 변함이 없어 10월 월세수익률은 조금 더 오를 전망입니다.
특히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는데요. 오피스텔 월세수익률이 2023년 12월에서 2024년 1월로 바뀌면서 급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24년이 되면서 통계의 표본이 되는 오피스텔을 전국 2000개에서 2300개로 늘리고 그사이 신축한 주요 오피스텔들을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2300개 오피스텔 중 서울은 870개입니다.
오피스텔 시세는 신축이 높고 구축이 낮아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들 중엔 월세 투자용으로 구축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2024년 표본을 새롭게 정리하면서 신축을 대거 반영했다면 월세수익률이 낮아져야 할 텐데 오히려 오른 것입니다. 이는 새롭게 표본에 추가된 신축 오피스텔들의 월세 수익률이 높다는 추정의 근거가 됩니다. 아파트 시장의 신축 선호 현상 이른바 ‘얼죽신’처럼 아파트 대체재로 오피스텔을 찾는 세입자들 또한 신축 수요가 늘어 월세가 올랐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아파트 일변도의 시세 상승과 강력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오피스텔로 향하는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의 월세 수익률이 평균 연 5%를 돌파할 경우 그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연 5%’ 수익률은 은행예금이나 배당주 등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다른 영역의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준선이 됩니다. 월세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고 규제는 강화된 탓에 주식시장의 배당주로 이동한 자금이 적지 않은데요. 오피스텔 월세 수익률이 다시 5%를 넘어선다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거래에 따르는 매매 비용과 취득세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으나 주식보다 부동산을 선호한다면 계산기는 두드려볼 만합니다. 주택임대사업자 자격을 취득하는 것의 실익도 따져야 합니다.
다만 오피스텔도 서울 아파트만큼이나 신규 공급이 적은 상황이어서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신축을 찾는 이들에게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피스텔 신규 공급 정보는 청약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7일부터 올림픽공원 앞 잠실테라412 오피스텔이 16세대를 모집합니다. 19일엔 당산역 더클래스한강은 8세대입니다. 25일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 휴마레(5세대)도 눈에 띕니다. 잔여세대 공급이 많으므로 반드시 입지와 해당 지역 오피스텔 시세 추이, 월세 수익률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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