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퇴하면서 후임 검찰총장 인선이 관심을 모읍니다. 대장동 1심 선고 '항소 포기' 후폭풍을 수습하고, 내년 10월2일 검찰청 폐지 전 정부의 검찰 개혁안을 마무리할 인사가 중용될 걸로 보입니다. 검찰 내부에서 구자현(29기) 서울고검장과 이정현(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우선 거론됩니다.
12일 노만석 대행이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로써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주요 직급은 모두 공석이 됐습니다. 노 대행은 심우정(26기) 전 검찰총장이 사직한 지난 7월1일 검찰 2인자인 대검 차장으로 보임돼 검찰총장 직무대행직을 맡아왔습니다. 노 대행에 앞서 정진우(29기) 중앙지검장은 검찰이 대장동 1심 항소 포기 하루 만인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검란'에 가까운 검찰의 집단행동 여파로 검찰 수뇌부 자리가 모두 비어버린 겁니다. 보완수사권 존폐를 앞두고 발생한 일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이에 차기 검찰 조직 수장은 정부의 검찰 개혁안에 발을 맞출 인사가 내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총장 후보로는 구자현 고검장과 이정현 연구위원 2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정부에서 중용, 주요 직급을 역임했습니다. 이런 덕분에 민주정부의 검찰 개혁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구 고검장은 문재인정부 초기 법무부 탈검찰화를 논의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직속 법무·검찰개혁단장을 지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엔 법무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을 지냈습니다. 이후에도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맡았으나 윤석열정부에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습니다. 하지만 구 고검장은 옷을 벗지 않고 버텼습니다. 윤석열씨가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하자 서울고검장으로 기사회생, 검찰총장 유력 후보군에 들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고위 간부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광주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전두환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202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지내며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으며, 그해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윤석열정부 첫 검찰 인사에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돼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고검장급인 이진수(29기) 법무부 차관도 후보군으로 언급됐지만, 이 차관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검찰 개혁 마무리 작업에 힘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차기 검찰총장은 한밤의 검란을 수습할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재명정부로선 이번 검란 사태를 보며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검찰총장 인선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런 맥락입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항소 포기에 대해 전국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집단행동하는 걸 보고 정부가 인사 참사 비판을 뼈 아프게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는 정권 중반 검란으로 무너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번엔 정권 초기 이런 사태가 발생해 차라리 천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최대한 검찰청 폐지 후속 절차들을 지연시키고, 보완수사권을 존속시켜 후일을 도모하려 할 것"이라며 "후속 절차들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적극 협조할 검찰총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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