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공백'에 동력 잃은 LH 개혁…공급 속도전 '차질'
공동위원장 한 축 빠진 개혁위
LH 공급 앞서 개혁부터 막혔다
2025-11-12 18:08:38 2025-11-12 18:22:3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 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혁 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국민 신뢰 회복'과 '주택 직접 공급 확대'라는 과제가 쌓였지만, 이를 바로잡아야 할 LH 개혁위원회는 공동위원장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논란 속에 물러나며 중심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LH 사장은 비어 있고, 개혁위 권고안 역시 내년 초에나 나올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적자 전환 LH, 165조 부채 안고 '직접 시행'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일 LH 개혁위원회에 참석해 "도심 공급도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만큼 LH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재무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 개혁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개혁안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장관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관이 직접 LH 개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동력 약화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김 장관은 9·7 공급 대책의 핵심 축인 'LH 직접 시행 확대'와 관련해 "지난 8월 출범한 개혁위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LH가 민간 건설사와 협력해 우수한 브랜드와 기술력을 활용하겠다는 기존 틀만 마련됐을 뿐, 핵심인 '재정'과 '조직 역량 강화'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 관계자는 "이제 중간 단계"라며 "세밀한 검토를 마친 뒤 국민에게 의견을 구하는 단계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LH의 올 상반기 매출액(연결 기준)은 6조83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6%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5566억원에서 -4277억원으로 돌아서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부채는 18.4% 늘어 165조206억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부채 규모가 가장 큽니다. 부채비율은 221.7%로, 2027년에는 232.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LH의 재무 부담은 정부 주도의 공공사업 확대에서 비롯됐습니다. 공공임대와 매입임대 같은 '비수익형 주거복지 사업'에 최근에는 3기 신도시 조성,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추가 부담이 겹쳤습니다. 
 
정부의 공공 '직접 시행' 전환으로 LH의 사업 규모와 조직이 급격히 커지면서, 고정비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시행 확대는 토지 보상비와 건축비 등 막대한 선투자 부담을 동반합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손실이 고스란히 공사 재무에 전가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9·7 대책에서 수도권 공공택지 19만9000가구 중 LH가 직접 시행하는 물량은 6만가구에 달합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12일 LH 개혁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한 해 300명 '퇴사 러시'…리더십은 '실종'
 
LH가 '택지 조성·분양' 중심 조직이라는 점에서 직접 시행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LH의 주택사업 인력은 △2020~2021년 1121명 △2023년 930명 △2024년 962명으로 5년 새 14% 넘게 감소했습니다. 
 
올해 추정치도 963명으로, 1명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입니다. 전체 인원 중 주택사업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4%에 불과합니다. 조직을 재설계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데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LH 내부 분위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 퇴직한 약 600명 가운데 10년 차 이하 직원은 약 200명이었습니다. 자발적 퇴사자는 한 해 300명에 이릅니다. 
 
주요 공기업 중 상위권이었던 LH의 노동생산성도 3년 사이 34% 급감했습니다. 노동생산성은 '착공 물량'과 직결되는 지표입니다. 
 
침체한 LH의 조직 분위기를 반전시킬 새로운 리더십이 시급하지만, 사장은 공석입니다. 이한준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 8월5일 사직서를 냈지만, 국정감사 이후인 10월30일에서야 면직안이 재가됐습니다.
 
LH 임원추천위원회는 겨우 꾸려졌지만, 도시개발·주택 공급·건설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1차관 인사가 먼저 단행돼야 LH 사장 공모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장 선임까지는 통상 두 달이 걸립니다. 
 
LH 개혁위는 임재만 민간부문 공동위원장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주어진 과제를 마무리한다는 목표입니다. 다만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경 전 차관은 9·7 대책 점검과 LH 개혁을 진두지휘해 왔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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