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9만여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에 30만여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0만명대로 떨어진 것입니다. '고용 한파'를 겪고 있는 제조업·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세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던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의 일자리도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달 말 2차 소비쿠폰 사용이 종료되는 가운데, 정책 효과로 일자리가 늘었던 업종의 고용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지 미지수입니다.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청년층 고용률이 18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쉬었음'으로 분류된 30대 인구가 10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고용시장의 우려도 더했습니다.
제조·건설업 고용 한파에…취업자 수 '뒷걸음질'
국가데이터처가 12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0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3000명(0.7%) 증가했습니다. 올해 누적 월평균과 비교하면 같은 수준이지만, 지난 9월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실제 지난 9월 취업자 수는 31만2000명으로 19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월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5만2000명 감소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5월 24만5000명, 9월 31만2000명을 제외하고는 매달 10만명대 증가 폭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고용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제조·건설업 부진 등 구조적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만명대로 떨어진 배경에는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 감소세 영향이 컸습니다. 10월 제조업은 1년 전보다 5만1000명 줄어 16개월, 건설업은 12만3000명 줄어 18개월 연속 각각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건설업의 감소 폭은 지난달(-8만4000명)보다 확대됐습니다. 공미숙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10월 잦은 비 등 기상 영향으로 건설현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감소세가 심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9월 소비쿠폰 덕에 30만명대 증가세를 이끌었던 도·소매업 등은 훈풍이 이어졌습니다. 실제 지난달 도·소매업은 4만6000명 늘며 2017년 11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고,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 역시 7만명 늘며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정부의 소비쿠폰·공연·전시 할인권 등 민생소비 진작 정책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이 같은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달 말 2차 소비쿠폰 사용 종료를 앞두고, 소비쿠폰 지급 정책이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실증 자료는 곳곳에서 공개됐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비쿠폰이 지급된 후 7월 반짝 증가했던 소비지출액은 한 달 만에 원상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쿠폰이 지급된 7월 민간소비지출액은 127조962억원으로 전월보다 약 4조9400억원 증가했는데, 8월 122조7162억원으로 7월 대비 4조3800억원 줄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쿠폰 효과가 이제 다 소진이 되고 나면 당연히 정책 효과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 쿠폰 정책 효과에 따라서 실업, 비경 상태에 계신 분들이 노동시장 진입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년 고용률 18개월째 하락…'쉬는 30대' 급증
아울러 10월에도 청년층 고용은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우려를 더했습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만3000명 감소하면서 청년층 고용률 역시 44.6%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청년 고용률 하락세는 올해 10월까지 18개월째 지속됐습니다.
이 가운데 구직단념자도 36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해 실업자에서 쉬었음·구직단념자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은 40만9000명으로 9000명 줄었지만 30대에서는 2만4000명 늘어난 33만4000명을 기록했습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육아·가사 부문이 줄고 쉬었음이 늘고 있는 영향이 작용했습니다.
공 국장은 "30대의 고용률 자체는 양호하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가사 부문이 줄고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원이 늘고 있다"며 "청년층의 경우 수시 채용 확산, 경력직 중심 채용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제조업 경기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내수 활성화와 취약 부문 보완에 만전을 기하고, 인공지능(AI) 대전환·초혁신경제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청년 고용 촉진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공미숙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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