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타지키스탄)(3)알렉산더의 호수, 이스칸데르쿨
고대 정복자 숨결이 스민 판 산맥의 심장
부케팔로스가 남긴 슬픈 전설
생태와 지질, 역사가 쌓인 중앙아시아 보석
2025-11-13 06:00:00 2025-11-13 06:00:00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지역입니다. 그 중에서도 타지키스탄은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러나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와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품은 이 나라는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한류에 대한 호감까지 더해져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기업들엔 미지의 시장이지만 그만큼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이기도 합니다. 베일에 싸인 타지키스탄의 진짜 얼굴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7000m 봉우리가 품은 '알렉산더 호수'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3%가 산악 지형이며 히말라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품고 있습니다. 해발 7000m가 넘는 봉우리를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인 이곳은 빙하가 녹아내린 수자원을 가장 풍부하게 보유한 미래의 보물 창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웅장한 자연의 심장부인 판 산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전 세계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신비로운 호수 이스칸데르쿨로 떠나봅니다. 이곳은 타지키스탄을 대표하는 상징이며 2300년 전 알렉산더 대왕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판 산맥의 이스칸데르쿨 호수. (사진=타지키스탄 관광청)
 
인도 원정길, 알렉산더 대왕 쉼터
 
이스칸데르쿨은 타지크어로 '알렉산더의 호수'라는 뜻입니다. 이름 자체가 호수의 흥미로운 역사를 증명합니다. '이스칸데르'는 고대 페르시아와 아랍 문화권에서 '두 개의 뿔을 가진 자'라는 의미의 '이스칸다르 줄카르나인'으로 불렸던 알렉산더 대왕을 칭하는 이름입니다. 
 
가장 중요한 역사적 연결 고리는 바로 인도 원정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 중앙아시아를 정복한 후 인도로 향하는 대장정 중에 이 아름다운 호수 근처에서 잠시 군대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을 넘어 새로운 대륙을 향하던 정복자에게 이스칸데르쿨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유일하고 신비로운 쉼터였을 것입니다. 
 
부케팔로스의 슬픈 낭만
 
호수와 관련된 가장 슬프고 유명한 전설은 알렉산더 대왕의 충직한 명마 부케팔로스에 관한 것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에 머물 때 그의 애마 부케팔로스는 호수의 차가운 물을 마신 후 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혹은 스스로 절벽 위로 올라가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알렉산더는 며칠을 기다렸지만 결국 군대를 이끌고 떠나야 했고 호수 근처에 마부들을 남겨두었습니다. 이후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호수 물이 갈라지고, 부케팔로스의 영혼인 눈처럼 흰 백마가 물 밖으로 나와 호숫가를 배회한다는 전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옵니다. 이스칸데르쿨은 이처럼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역사와 신비가 공존하는 낭만적인 장소로 승화됐습니다. 
 
경이로운 판 산맥의 지리적 배경
 
이스칸데르쿨은 타지키스탄 북부 아이니 지구, 기사르 산맥 북쪽 경사면의 해발 2195m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타지크 국립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호수는 거대한 산사태로 인한 잔해가 사라토그 강 유역을 막으면서 형성된 자연적인 댐 호수입니다. 총 면적은 약 3.4㎢, 최대 수심은 72m에 이르는 거대한 빙하 호수입니다. 2000m 이상 고산 지대에 위치한 호수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호수는 주변 산의 광물 성분과 깊이 때문에 계절과 시간에 따라 에메랄드빛에서 깊은 푸른색까지 다채롭게 변합니다. 수원(水源)이 만년설 및 빙하가 녹은 물이기 때문에 수온은 여름에도 10도 내외로 매우 차갑습니다. 해발 5487m의 침타르가를 비롯한 수많은 5000m급 봉우리들은 트레킹과 등반을 즐기는 이들이 이곳을 '산들의 심장'으로 부르게 했습니다. 
 
놓쳐서는 안 되는 매력적 명소들
 
이스칸데르쿨 호수의 겨울 풍경. (사진=타지키스탄 관광청)
 
이스칸데르쿨 주변에는 알렉산더의 호수만큼이나 매력적인 관광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생태 휴양지로서의 가치를 높입니다. 판 나이아가라 폭포, 뱀 호수(쿨리 모론), '러시아인, 1870' 바위 글씨 등이 그것입니다. 
 
호수에서 흘러나온 이스칸데르다리야 강은 절벽을 따라 40~43m 높이의 장대한 폭포를 이루는데, 그 장엄함 때문에 현지인들은 이를 판 산맥의 나이아가라라고 부릅니다. 절벽 위 금속 전망대에서 강력한 물보라를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본 호수보다 수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해 뱀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뱀 호수도 유명합니다. 현지 전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물을 마실 때는 뱀이 물지 않는다고 합니다. 뱀 호수는 이스칸데르쿨보다 수영하기 적합한 작은 호수입니다. 호숫가 석회암 절벽에는 러시아 여행가이자 과학자였던 알렉세이 페드첸코 탐험대가 1870년에 남긴 '러시아인, 1870' 글씨가 새겨져 있어 이 지역 과학 탐사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이스칸데르쿨은 도심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고요한 환경 덕분에 호숫가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은하수를 관찰하고 고산 트레킹을 즐기는 '트레킹 천국'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합니다. 
 
타지키스탄의 이스칸데르쿨은 고대의 전설과 웅장한 자연이 만나 탄생시킨 중앙아시아의 보석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원정길에 잠시 머물렀던 호수, 그의 명마가 잠든 그 물을 바라보며 문명 이전의 순수한 대자연과 2300년 전 영웅의 숨결을 느껴보는 여행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세계의 지붕'의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보보예프 루스탐존 타지키스탄 오리욘은행 한국지사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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