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승인한 '성남시 수뇌부'는 어디까지?…다시 '이재명' 논란
1심 재판부 "유동규·정진상·김용-김만배 등 민간업자들 유착"
"민간업자들, 뇌물 주고 성남도시공사개발공사에 손해 끼쳐"
성남시장, '유착 모르고' 대장동 수용방식 정했다는 정황 인정
여러 차례 '수뇌부' 지칭하면서도 "유동규, 중간관리자"로 규정
'수뇌부 어디까지' 의문 남겨…쟁점은 '이 대통령 관련성' 여부
2025-11-02 12:21:20 2025-11-02 13:11:51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선고에선 성남시장이 크게 3번 언급됐습니다.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성남시장 재선 자금을 전달했다” △“성남시장은 유동규와 민간업자들 유착관계를 몰랐다” △“‘김만배 지분의 4분의3이 성남시장 측 지분이다’는 증언이 있었다” 등입니다. 여기서 1심 재판부가 언급한 ‘성남시장’은 대장동 도시개발이 추진될 2014년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을 가리킵니다. 
 
다만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이 대통령과 일당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성남시 수뇌부’로 지목했고, 민간업자들이 이들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대장동 사업 시행자로 내정됐다고만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정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통령도 수뇌부에 포함될지를 놓고 논란과 해석 여지가 커진 셈입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 마련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원을 받았습니다.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는 징역 5년에 처해졌습니다.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직원)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아울러 피고인 전원은 법정구속됐습니다. 2021년 10월 이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뒤 1472일 만에 1심 선고가 나온 겁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기간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해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판시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 등이 뒷돈을 받고 김씨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사업 시행자로 내정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유 전 본부장은 배임 혐의도 유죄를 받았습니다. 더 많은 개발이익을 예상했음에도 민간업자들 제안대로 공사 이익을 1822억원(임대주택부지 제공) 확정,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뜻입니다. 
 
재판부, ‘수뇌부’-민간업자 유착 인정…“성남시장, 유착 몰라”
 
재판부는 1심 선고 과정에서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를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2013~2014년 공사 설립과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점은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볼 증거들이 많다”며 “유동규에게 뇌물을 주거나, 유동규·정진상·김용의 술값을 결제해 주는 등 민간업자들과 성남시 및 공사 관계자들 사이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2014년 4~6월 이기성(대장동 분양대행업자)으로부터 수억원의 (지방) 선거 자금을 조성해 유동규 등에게 전달했고, (성남시장이) 재선이 된 이후에도 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전달한 사실이 증언으로 충분히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수뇌부에게 지방선거 정치 자금을 지원했고, 이런 유착관계를 통해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그런데 당시 성남시장은 ‘민간업자들과 성남시 수뇌부의 유착’을 몰랐다는 정황도 인정됐습니다.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을 택지개발방식(민간주도) 대신 수용방식(공공주도)으로 결정, 민간업자들의 시행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당초 성남시장은 유동규·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로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을 결정할 위치에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2014년 6월28일 김만배가 유동규·정진상·김용 등 3명과 만나 사업시행자 선정을 약속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의형제 모임’이라고 칭하며 “당시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대책본부장이 구속되고 검찰 인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김만배와 정진상 사이 의형제를 맺자는 이야기가 나온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정 변호사 등을 공사에 채용해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공모지침서에 반영했고, 민간업자들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 (사진=뉴시스)
 
재판부 “유동규, 4천억원 이상 수익 예상하고도 1822억 확정” 
 
민간업자들이 나눠갖기로 한 대장동 이익 가운데 김씨의 지분 대부분이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는 진술도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로 내정되고자) ‘유동규 등’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부분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동규가 ‘김만배가 자신의 지분 49.5% 중에 14~16%만 내 것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라면서 “남욱은 (지분을) 더 자세하게 말했다. ‘김만배 지분의 4분의3 즉, 37.4%가 성남시장 측 지분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유동규 측’의 지분은 김만배 지분의 4분의3 내지 천하동인 1호 지분 상당에서 이후 2분의1로 변경됐고, 2020년 10월쯤 700억원, 2021년 2월쯤 최종 428억원으로 변경됐다”라고 했습니다. 민간업자로부터 돈을 받는 대상을 ‘유동규 측’, ‘유동규 등’이라고 표현하며 수뇌부와의 연결 여지를 남겨둔 걸로 보입니다. 
 
유 전 본부장이 이처럼 민간업자들로부터 상당한 뒷돈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공사의 확정이익 방침을 결정했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로부터 성남 1공단 공원화 비용을 제외해도 예상개발이익이 4000억~5000억원 남는다고 전해들었음에도, 공사 출자지분율(50.1%)에 못 미치는 민간업자들 제안(1822억원)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이 사업협약 체결 과정에서 공사 주무부서인 개발사업1팀의 추가이익 환수 의견을 묵살한 점에서는 배임 고의도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 “유동규, 중관관리자 역할”…쟁점은 이 대통령 관련성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죄, 그와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은 ‘중간관리자’라고 규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사 본부장으로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긴 했지만 모두 단독으로 결정할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며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데 민간업자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관리자 역할만 주로 담당한 측면도 일부 나타난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항소심 등에선 수뇌부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될 걸로 보입니다.
  
결국 쟁점은 성남시장으로 지칭된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성입니다. 유 전 본부장처럼 이 대통령도 예상개발이익을 알았는지, 추가이익 환수 의견을 보고받았는지, 민간업자들로부터 개발이익을 공유받기로 했는지에 따라 배임 혐의 유무죄가 갈릴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 역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을 추진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됐지만, 21대 대선에 당선된 뒤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재판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퇴임 후 사법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대장동 1심 선고 직후 국민의힘은 “1심 판결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있을 당시 벌어진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1심 법원이 사실상 이 대통령과 개발업자들의 유착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는 무죄”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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