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임종 앞둔 말기 암 환자에게 과잉 의료 여전
미국 3만3000명 분석 결과, 지지적 치료보다 공격적 치료 선호
호스피스 케어, 완화 치료 등 삶의 질 고려한 의료 중시돼야
2025-02-27 09:21:41 2025-02-27 15:43:04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루이즈 애런슨이 쓴 『나이듦에 관하여』라는 책 뒷부분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의료계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면서 이룬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진실을 마침내 인정했다는 것이다. 첨단과학만 앞세운 전략은 환자를 더 심하게 괴롭히기만 할 뿐이다. 이런 깨달음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의료의 무게중심은 환자의 안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가족들의 임종 준비를 돕는 쪽으로 옮겨졌다.” 여기서 ‘환자를 더 심하게 괴롭히기만 할 뿐’인 임종 의료 행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암 환자의 말기 치료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고, 옵션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암 환자의 말기에는 환자의 삶의 질이나 상대적으로 편안한 임종을 위해 호스피스 케어나 완화 치료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확산되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실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코호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주 JAMA Health Forum에 <말기 암 환자 메디케어 수혜자의 최근 임종 치료 패턴(Contemporary Patterns of End-of-Life Care Among Medicare Beneficiaries With Advanced Cancer)>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3만3744명의 메디케어를 이용한 암 사망자를 대상으로 임종 치료 패턴을 조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75.7세, 남성은 52.1%였고,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폐암으로 사망한 66세 이상의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환자들이었습니다.
 
분석 결과, 말기 암 환자 중 다수가 지지적 치료(supportive care)을 포기하는 대신에 공격적인 치료(aggressive treatment)를 받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의 45%가 임종 직전 며칠 동안 응급실(ED), 응급 진료 센터 또는 병원 입원 등 공격적인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에 생애 마지막 6개월 동안 완화 치료나 호스피스, 사전돌봄계획(Advanced Care Planning, ACP)과 같은 지지적 치료(supportive care)를 받은 경우는 적었습니다.
 
암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으로, 2024년에는 61만1720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말기 암 환자의 경우, 임종 시기 치료의 목표는 남은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최적의 임종 치료는 증상 관리와 치료 목적의 치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를 포함한 완화 치료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와는 정반대로, 진료 기록을 살펴보면 말기 암 환자들은 종종 임종 단계에서 공격적인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부위나 장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치료를 뒤늦게 시작하거나 중증질환 관리를 위한 급성 치료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임종 시기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국립품질포럼(National Quality Forum)과 미국 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는 임종 치료에 대한 새로운 품질 측정 기준과 지침을 만들어 완화 치료의 조기 통합과 연명 치료의 중단 등을 권고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공격적인 의료 행위의 위해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인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메디케어 &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the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는 2016년부터 고품질의 환자 중심 임종 치료를 촉진하기 위해 사전돌봄계획을 세우는 대화를 보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임종 치료 패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였습니다.
 
연구자들의 분석은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임종 시기 공세적 치료 쪽의 경향을 살펴봅니다. <그림 1>과 같이 환자가 임종에 가까워질수록 급성 치료 및 응급실 방문이 증가했습니다. 사망 6개월 전에는 100명당 평균 14.0이었던 입원율(Hospitalization)은 점차 높아져 사망 3개월 전에는 20을 넘어섰고, 사망 달에는 100명당 46.2까지 증가했습니다. 응급실 방문(ED visits) 비율은 사망 6개월 전 100명당 평균 18.7회에서 사망 3개월 전에는 20회를 넘어섰고, 사망 달에는 49.2회로 증가했는데, 대부분의 응급실 방문은 입원 치료로 이어졌습니다. 반면에 전신 치료의 이용은 사망 6개월 전 100명당 평균 53.7회에서 사망 달에는 22.0회로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일반적으로 모든 암 유형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그림 1> 입원율, 응급실 방문 비율, 전신 치료 비율 추이 (임종 이전 6개월부터 임종 월에 이르는 월별 평균 수치)
 
다음은 임종 시기 지지적 치료(supportive care) 쪽의 경향을 살펴봅니다. <그림 2>와 같이 지지적 치료 경향은 급성 치료와 유사한 패턴으로 사망 달에 가까이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호스피스 캐어의 경우 사망 6개월 전에는 평균 6.6에서 사망 달에는 73.5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사망 6개월 전부터 사망 2개월 전까지 그 수치는 20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완화 치료의 경우 사망 6개월 전에는 평균 2.6에서 사망 달에는 26.1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사망 6개월 전부터 사망 2개월 전까지 그 수치는 10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전돌봄계획의 경우 사망 6개월 전에는 평균 1.7에서 사망 달에는 12.8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사망 6개월 전부터 사망 2개월 전까지 그 수치는 10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림 2> 호스피스 캐어, 완화 치료, 사전돌봄계획 작성 추이 (임종 이전 6개월부터 임종 월에 이르는 월별 평균 수치)
 
 
<그림 1>과 <그림 2>는 비교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 차이를 보여줍니다. 암 환자가 임종 6개월 전부터 사망 달에 이르기 이전 사이에 공세적인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지지적 치료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망 달에 그 사용이 급증했지만 완화 치료나 사전돌봄계획 활용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전체 표본의 약 4분의 1만이 사망하기 6개월 전부터 사망 달 사이에 완화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완화 치료 요법의 이용은 점차 증가하여 2014년 21%에서 2019년 35%로 증가했습니다. 연령이 높고, 비히스패닉계 백인이고, 사회경제적 지수 5분위수 하위에 속하거나 생존 기간이 더 긴 환자는 완화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그동안 임중 의료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종 의료의 패턴은 급성 치료와 임종 전 전신 치료의 높은 비율, 완화 치료와 사전돌봄계획의 낮은 수용률, 호스피스 등록의 지연 등 잠재적으로 공격적인 치료에 대한 일관된 증거가 관찰되었으며, 이는 이전 수십 년 동안의 초기 조사 결과와 거의 동일하다”라고 밝히면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추정합니다. 이것은 임종 치료 결정 과정에서 치료 이해관계자(즉, 환자, 환자 가족, 임상의)가 직면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치료의 위해성과 편익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적극적인 암 치료에 대한 인식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잉 치료를 선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잉 치료의 한 가지 이유는 새로운 항암 요법(특히 표적 치료 및 면역 요법)의 확산일 수 있다. 생존율을 현저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유망한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예후 평가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치료법은 전이성 암이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으며, 환자가 임종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치료를 유도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치료의 가능성을 보이면 과잉 치료 쪽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연구진은 전이성 폐암 환자들 사이에서 잠재적으로 공격적인 치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을 관찰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질병 영역은 연구 기간 중 새로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의 수가 불균형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의 주저자인 밴더빌트대학 의료센터 보건정책학과 연구원인 권영민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공격적인 치료의 폐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종 치료는 계속적으로 과잉 치료를 선호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호스피스는 치료 니즈(needs)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망자들이 호스피스 치료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거나 사망 직전 3일 전에야 호스피스 치료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호스피스 치료의 잠재적 이점이 많은 환자들에게 실현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합니다. “환자와 가족, 의료진 사이에 질병 예후(disease prognosis)와 사전돌봄계획에 관한 명확하고 정직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라는 연구진의 말은 말기 암 환자의 임종 치료의 질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의사소통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보여줍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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